사설·칼럼 >

[fn사설] 젊어진 4대 그룹, 총수 영파워에 기대 크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7일 가진 회동을 끝으로 국내 배터리 3사 기업 총수들과 릴레이 만남을 마무리했다. 정 부회장은 앞서 5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나 '전기차·배터리' 동맹 시동을 건 데 이어 6월 구광모 LG그룹 회장과도 손을 잡았다.

재계 4대 그룹 젊은 총수들의 잇단 협력은 급변하는 산업 패러다임 전환기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허허발판에서 사업을 일궜던 창업 1세대들은 한국 산업발전기 서로 의지하며 성장의 길을 함께 걸었다. 각자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다는 사업상 보이지 않는 룰을 지키며 우애를 나눴다. 창업주들이 전면에서 물러나기 시작한 1990년대 이후 분위기가 달라졌다. 결정적으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정부 주도의 대기업 사업 빅딜을 거치면서 기업 간 견제와 벽이 강고해졌다.

총수들의 이번 회동은 과거 불필요하게 쌓인 거리감을 없애고, 오직 미래를 위해 적극 화합하겠다는 의지를 가감 없이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다. 총수들이 젊고, 개방적이고, 유연한 사고의 인물들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구 회장은 40대 초반, 이·정 부회장도 50대 초반이다. 연장자인 최 회장은 최근 사내 방송에서 직원들 교육을 위해 몸을 아끼지 않는 소탈한 모습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열린 경영자의 자세에서 기업의 긍정적 에너지를 느낄 수 있음은 물론이다.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 충격 속에 시장의 질서는 변화무쌍하다. 지금 기존 산업영역만 고집하는 것은 시대 흐름에도 맞지 않다. 기업 간 벽을 허물며 새로운 협업과 비즈니스를 창출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일 수밖에 없다. 이를 적극 간파하고 더 강한 걸음으로 연대를 모색한 젊은 총수들에게서 우리 기업의 미래가 보인다.
이들 기업은 단순한 기술공유 차원을 넘어 미래기술 생태계 공동개발에까지 함께 나설 계획이다. 생존과 도약을 위한 기업 간 동맹은 앞으로 더 많이 나올 것이다. 경계를 뛰어넘는 기업들의 협력에 정부도 제도적 뒷받침으로 힘이 돼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