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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결국 부자증세로 가는 부동산 정치

뚝딱 22번째 대책 윤곽
종부세 최고 6% 유력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이르면 10일 22번째 부동산 대책을 내놓는다. 문재인 대통령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을 불러 추가 대책을 지시한 지 여드레 만이다. 종합부동산세율을 최고 6%까지 올리는 안이 유력해 보인다. 등록임대주택 사업자에 주는 세제상 여러 혜택을 없애는 방안도 포함될 듯하다. 이는 부동산 시장에 폭탄을 떨어뜨리는 격이다. 시장에 불어닥칠 후폭풍은 가늠하기조차 힘들다.

당정이 지나치게 서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지난 2일 문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김 장관을 청와대로 불러 질책성 지시를 내렸다. 그 뒤 민주당 의원들, 정부 고위공직자, 청와대 간부들을 상대로 다주택자 '색출' 작전이 벌어졌다. 첫 희생양은 두 채 다주택자에서 졸지에 무주택자 신세가 될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이다. 이 과정에서 부동산 정책의 주도권은 확실하게 민주당으로 넘어왔다. 그리고 당이 내놓은 해법은 종부세 중과, 곧 부자증세다.

덜컥 걱정부터 앞선다. 지난 3년간 부동산 정책은 김현미 장관이 이끄는 국토부가 주도했다.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는 늘 뒷전으로 밀렸다. 김 장관은 정치인 출신이다. 이 때문에 21번에 걸친 부동산 대책은 늘 짙은 정치색을 띠었다. 김 장관은 비전문가이면서도 수요·공급이 시장 안정의 요체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그런데 이젠 아예 민주당이 앞장을 서겠다고 나섰다. 부동산 정치를 드러내놓고 하겠다는 뜻이다. 종부세 최고세율을 현행 3.2%에서 두 배 높은 6%로 올리자는 배짱은 정치인 아니면 하기 힘들다.

등록임대사업자에게 주던 혜택도 싹 없앨 것으로 보인다. 이는 누워서 침뱉기다. 문재인정부가 요란하게 발표한 정책을 스스로 뒤집는 격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2017년 12월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을 내놨다. 집주인이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종부세, 재산세, 건강보험료를 깎아주기로 했다. 그 대신 집주인은 4년 또는 8년 세입자 거주를 보장하고, 임대료도 5% 이상 올리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이 덕에 등록임대는 2017년 98만채에서 올 1·4분기 157만채로 59만채가량 늘었다. 2022년까지 5년간 100만채를 늘린다는 정책 목표를 향해 착착 나아가는 중이다. 하지만 정책 시행 후 불과 3년 만에 등록임대사업자들은 투기꾼으로 몰렸다. 정책에 대한 신뢰는 이미 땅 밑으로 꺼졌다.

정부·여당은 21번 연속 실패의 전철을 되밟을 공산이 크다. 후다닥 발표하고 부작용이 생기면 땜질하는 나쁜 버릇이 단단히 들었다. 민주당이 22번째 대책을 짜면서 그 흔한 공청회, 토론회 한 번 했다는 소릴 못 들었다. 부동산을 시장이 아닌 정치로 보는 태도는 갈수록 심해진다.
민주당은 21대 국회에서 절반이 훌쩍 넘는 의석을 차지했다. 마음만 먹으면 어떤 법안도 통과시킬 수 있다. 하지만 넘치는 자신감은 되레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