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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장 대응 논란' 금감원, 옵티머스 어떻게 대처했나

'늑장 대응 논란' 금감원, 옵티머스 어떻게 대처했나
서울 강남구 옵티머스자산운용 본사의 모습. 2020.6.25/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늑장 대응 논란' 금감원, 옵티머스 어떻게 대처했나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사기 펀드'를 바탕으로 대규모 환매 중단된 옵티머스자산운용 사태를 놓고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금융감독원이 보다 빨리 옵티머스운용에 대한 현장검사에 착수했다면 투자자 피해를 줄일 수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그러나 금감원은 이번 사태의 현장검사에 이르기까지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옵티머스운용과 관련해 금감원에 제기된 투자자의 민원은 50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이번주에 옵티머스운용 현장검사를 마무리한 뒤 검사 결과 등을 바탕으로 이번 사태와 연관된 기관들에 대한 제재에 나서게 된다. 감사 착수부터 제재가 이뤄지기까지는 보통 6개월 안팎의 시간이 걸린다.

◇금감원 "부실징후 1월 파악? 늑장대처로 피해 커져? 사실과 달라"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옵티머스 펀드에 가입한 한 투자자는 "금감원이 부실 징후를 파악했으면 일단 더 이상 (펀드를) 판매 못하게 정지라도 시켰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면서 "금감원은 잘못된 것을 알면서, 이렇게 사건이 커지도록 왜 그냥 보고만 있었나. 정말 분통이 터진다"고 했다. 이는 금감원이 올해 초 옵티머스운용을 포함해 5개 자산운용사의 부실징후를 포착했었다는 내용의 보도가 나온 직후 보인 한 투자자의 반응이다.

앞서 해외 주요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라임자산운용의 대규모 펀드 환매 중단 사태가 벌어졌을 때도 감독 부실론이 제기된 바 있다. 금감원이 늑장 대처를 했다는 점이 주로 도마 위에 올랐다.

그러나 금감원은 옵티머스 사태를 미리 알고도 방치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금감원은 라임 사태 이후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옵티머스운용 등 일정규모 이상의 운용사들을 대상으로 실태점검에 나섰다. 유동성 리스크 관리와 관련한 운용형태, 만기구조 등을 파악하기 위한 것이었다. 실태점검 결과 옵티머스운용은 비시장성 자산의 비중이 높아 만기가 도래했을 때 유동성 리스크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 운용사로 분류돼 집중 모니터링 관리회사로 선정됐다.

금감원은 이어 4월28일부터 약 한달간 서면검사를 실시하던 중 옵티머스운용이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한다'는 투자제안서와 달리 실제로는 비상장법인 사모사채 등에 투자한 사실 등을 파악했다. 이후 6월12일 옵티머스운용에 대한 현장 검사를 실시하기로 결정하고 이를 옵티머스운용에 사전통보했으며, 첫 환매 중단이 발생한 6월18일 다음날인 6월19일부터 현장 검사를 실시했다.

3월부터 옵티머스운용에 대한 자금 유출입 현황을 모니터링했기 때문에 옵티머스운용의 부실 징후를 1월에 알았다는 지적, 옵티머스운용 펀드의 실제 사모사채 등 투자는 지난 2018년에 대부분으로 집행됐다는 점을 고려할 때 금감원이 빠른 대응에 나서지 않아 피해규모가 커졌다는 비판은 사실과 다르다는 게 금감원의 입장이다. 또 4월에 부실 징후를 인지하고 6월에 현장 검사에 착수하기까지 시간이 다소 지체된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오히려 금감원이 모니터링, 서면검사를 했기 때문에 혹시 모를 펀드 돌려막기 등이 예방됐을지도 모른다"면서 "투자자들의 투자금도 이미 집행이 된 상황이었다. 옵티머스 사태를 방치해 피해가 확산됐다는 말은 맞지 않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양호 전 나라은행장을 비롯해 이헌재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채동욱 전 검찰총장 등 거물급 인사들이 과거 옵티머스운용 자문단에 이름을 올렸던 것을 놓고, 문제가 생겼을 때 금감원 검사 또는 검찰 수사 무마용 포석 아니냐는 의심도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도 금감원은 옵티머스운용에 대해 유동성 모니터링, 서면검사, 현장검사 수순으로 정상적인 감독활동이 이뤄진 만큼 외압에 의해 검사가 늦어졌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금감원이 투자자 피해가 큰 사건들과 관련해 금융사 임직원에 대한 중징계에 집중하면서 감독 부실 등 금감원 스스로의 잘못은 반성하지 않는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끊이지 않는다. 옵티머스 사태를 둘러싼 금감원의 대처가 시의적절했는지는 현재 진행 중인 감사원 감사를 통해 밝혀질 전망이다. 감사원은 지난 1일부터 오는 21일까지 3주간 금감원에 대한 감사를 실시한다. 잇단 금융사고에 대한 금감원의 대처가 부적절했다면 금융감독체계 개편 요구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옵티머스 민원 50건 육박, 이번주 현장검사 마무리·향후 제재 착수

1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 10일까지 금감원에 제기된 옵티머스 사태 관련 민원은 모두 48건이다. 지난 3일 기준 27건에 비해 일주일 사이 21건(77.7%) 늘어난 수준이다. 민원 대상은 대부분 옵티머스운용 펀드의 최대 판매사인 NH투자증권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미래통합당 의원이 금감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기준 옵티머스운용 펀드에 투자한 개인은 979명, 법인이 184곳에 달해 금감원에 민원을 제기하는 투자자의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금감원에 제기된 민원의 내용이 대부분 투자금 반환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진 만큼 판매사의 불완전 판매 여부가 금감원 검사를 통해 명확하게 드러날 경우 이들 민원은 앞으로 금감원의 분쟁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금감원은 지난달 19일부터 서울 강남구 옵티머스운용 사무실 등에서 현장검사를 실시했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옵티머스운용에 대한 현장검사는 이번주 마무리될 예정이다. 현재 핵심 피의자들이 구속돼 있는 등 검찰 수사가 한창 진행 중이기 때문에 금감원 차원의 검사가 연장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현장검사를 통해 확보한 내용들을 검찰과 공유하는 한편 이를 바탕으로 향후 내부 검토 등을 거쳐 옵티머스 사태와 관련된 기관들에 대한 제재안 마련에 나설 예정이다. 금감원은 수탁회사인 하나은행, 사무관리회사인 한국예탁결제원을 대상으로 선관주의 의무 위배 여부 등을, 판매사인 NH투자증권 등을 대상으로 불완전 판매 여부 등을 검사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주 안에 옵티머스운용에 대한 현장검사가 끝나지 않을까 싶다"며 "옵티머스운용 사태와 관련된 금융사들에 대한 제재가 한꺼번에 이뤄질 수 있도록 일정을 조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통상 금감원은 금융사 현장 검사를 마친 뒤 검사서를 만들고 해당 금융사의 의견을 듣는 절차를 진행한다. 이후 제재안이 만들어지면 제재심의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에서 의결되는 절차를 밟게 된다.
이 과정은 금감원의 첫 검사 착수 이후 6개월 안팎의 시간이 걸린다.

이대로라면 옵티머스 사태와 관련된 금융당국의 조치는 올해 말에나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전망된다. 당초 약속대로 공공기관 매출채권이 아닌 사모사채에 펀드 자금을 투자한 옵티머스운용의 경우 인가 취소 등 중징계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