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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부동산 입법 만능주의, 시장만 더 교란한다

여당은 임대차5법 발의
전세대란 등 역풍 걱정

더불어민주당이 강도 높은 임대차 관련 입법을 예고하고 있다. 윤호중 국회 법사위원장은 14일 표준임대료 제도 도입과 임대차 분쟁조정위원회 기능 강화를 골자로 한 주택임대차보호법·주거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여당이 기존 임대차 3법(전월세신고제·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과 함께 '임대차 5법'으로 묶어 7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로 인한 전세대란 등 부작용이다. 당정은 세입자를 보호한다는 대의가 자칫 시장의 혼란만 더 키울 가능성에 유념하기 바란다.

가뜩이나 수도권 곳곳에서 전셋값이 치솟고 있다. 집주인들이 임대차 3법 시행 이전에 전세가를 올리려는 움직임이 나타나면서다. 당정이 3년 전 권장했던 등록임대제도가 유야무야되는 분위기 속에 전세매물도 줄고 있다. 게다가 보유세와 거래세 상향으로 다주택자를 겨냥한 7·10 부동산대책도 매물잠김을 부추기고 있다. 규제입법으로 시장을 누르려다 무주택자들을 더 힘겹게 하는 역설을 빚고 있는 셈이다.

물론 세입자를 보호해야 할 당위성은 있다. 무리한 임대료 인상 요구에 직면하거나 수시로 이삿짐을 꾸려야 하는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건 좋은 취지다. 그러나 입법의 실효성이 이런 당위성 못잖게 중요하다. 예컨대 임대차 3법에 포함된 계약갱신청구권 하나만 뜯어봐도 그렇다. 임대 의무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린 1990년과 전월세 2년을 보장한 1998년 전세금이 폭등하는 악몽을 겪었다. 20대 국회에서 임대차 3법이 무산된 건 야당의 반대 이전에 정부도 이런 부작용을 우려한 탓이다.

그럼에도 21대 국회에서 '전세 무한연장법'까지 발의됐다. 세입자에게 결격사유가 없으면 집주인이 무한정 계약연장을 받아주도록 한 법안이다. 그것도 모자라 표준임대료까지 도입한다고 한다. 전세가도 정부가 정하겠다는 발상이다. 이에 따라 집주인들이 전세를 미리 한꺼번에 올려 받으려 하는 등 부작용이 가시화할 참이다. 이에 그치지 않고 임대차 시장이 아예 월세 위주로 재편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는 다주택 보유 임대사업자를 옥죄려다 거꾸로 무주택 서민을 월세살이로 내모는 격이다. 부동산 정책이 입법 만능주의에 빠져선 안 될 이유다.
무주택자를 위한다는 명분만 앞세우는 거대 여당의 서슬에 정부조차 밀린다면 큰일이다. 당정이 임대 의무기간과 계약갱신 횟수 등 임대차 3법 속 핵심조항들의 실효성을 철저히 따져보기 바란다. 임대차 관련 규제도 시장의 실패를 보완하는 데 그쳐야 뒤탈이 적을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