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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치할 때 피가 나요" 잇몸 치료할 골든타임 [Weekend 헬스]

방치하기 쉬운 치주질환
통증 없다고 지나치면 치료시기 놓쳐
염증 심해지면 치주염-치아상실로 이어지고
혈류내로 침투하면 당뇨병 등 생길 수도
초기단계 치은염, 스케일링으로 회복 가능
잇몸 붓고 피날 때 치과 바로 찾아야

"양치할 때 피가 나요" 잇몸 치료할 골든타임 [Weekend 헬스]


치주질환은 각종 전신질환에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잇몸이 붓거나 양치할 때 피가 나도 아프지 않기 때문에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간과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서울대치과병원 치주과 조영단 교수는 16일 "양치할 때 피가 나는 등 증상은 잇몸이 우리에게 보내는 긴급 구조 신호"라며 "치료를 위한 골든타임을 놓치면 치아를 잃을 확률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치주질환, 병원 찾는 원인 1위


최근 우리나라 국민의 '치은염 및 치주질환' 환자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발표한 '외래 다빈도 상병 통계'에서 1위를 차지하던 '급성 기관지염(감기)'을 밀어내고 치주질환이 1위를 차지했다.

치주질환은 치아를 유지하는 치아 주위 조직인 치은(잇몸), 치주인대, 치조골에서 일어나는 염증 질환이다. 염증의 원인은 '치태'와 '치석'이다. 구강 내 세균과 음식물에 의해 치태가 형성되고 이를 제때 제거하지 않으면 치석을 형성해 치주질환을 유발한다. 세균들이 분비하는 물질은 잇몸에 염증반응을 일으키며 이로 인해 잇몸이 붓고 피가 나는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초기에 잇몸에만 국한된 염증을 '치은염'이라고 한다. 적절한 치료가 되지 않아 염증이 심해지면 '치주염'으로 발전하게 된다. 이후 진행돼 치조골 파괴와 잇몸조직의 상실로 인해 치아뿌리가 노출되는 치은퇴축이 일어나게 된다. 더 심해지면 치아가 좌우 또는 상하로 흔들리는 치아동요로 발전하고 결국 치아를 상실하게 된다.

치주병원균, 전신 질환 일으켜 문제


문제는 염증이 혈류 내로 침투해 당뇨병, 심혈관질환, 암 등 심각한 전신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치주병원균은 혈류를 통해 다른 조직이나 기관으로 이동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당뇨병, 심혈관계질환(고혈압 등), 만성호흡기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이 질환들은 치주질환과 함께 대표적인 비감염성질환으로 분류되며 흡연, 음주, 운동부족 등이 주요 공통 위험인자로 알려져 있다.

연구에 따르면 치주질환이 있는 경우 당뇨병(2형)은 1.5~2.3배, 심혈관 질환 1.1~2.4배, 만성호흡기질환 1.1~2.0배로 증가한다.

또 입안에 있는 세균이 음식물과 섞인 후 폐로 침범하거나 침을 삼키는 과정에서 침 속 세균에 의해 흡인성 폐렴도 발생할 수 있다. 흡인성 폐렴은 전체 폐렴 중 20~30%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 폐렴은 폐렴구균에 의해 발생하며, 흡인성 폐렴은 구강 내 다양한 세균에 의해 발생하게 된다.

특히 나이가 들어 근력이 약해지면 씹고, 삼키는 기능에 문제가 생기게 된다. 이 때문에 음식물이 기도로 흡인돼 폐렴이 발생하는 것이다.

대한치과보철학회에 따르면 최근 전세계 학술지 JAMA에 미국 UNC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에서 노인의 경우 구강위생관리를 시행한 그룹에서 시행하지 않은 그룹에 비해 폐렴 발생율이 31%이상 줄어들었다.

대한치과보철학회 권긍록 회장은 "많은 연구에서 올바른 양치질, 치실의 사용 등의 적극적인 구강위생관리가 폐렴을 줄인다는 보고가 있다"며 "특히 틀니나 임플란트 등 보철물을 사용하고 있다면 정기적으로 치과를 방문해 점검, 교합 검사 등을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초기 단계, 스케일링으로 회복 가능


치주질환의 초기 단계인 치은염은 잇몸 색깔이 빨갛게 변하고 붓거나 양치시 피가 나는 증상을 보인다. 초기에는 염증이 잇몸에만 국한되므로 스케일링 등 간단한 치료만으로도 회복이 가능하다.

하지만 치은염은 대부분 통증을 유발하지 않기 때문에 환자들이 치과를 방문하지 않아 골든타임을 놓치고 치주염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치아가 흔들리거나 통증이 발생한 후 치과를 방문한다.
이 경우 이미 적절한 치료시기가 지났기 때문에 치아를 뽑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치주질환은 정기검진과 스케일링을 통해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 교수는 "심한 치조골 파괴 및 치아 예후불량으로 발치한 경우에는 임플란트를 통해 저작 기능을 회복할 수 있다"며 "치료를 했더라도 칫솔질, 치실 사용 등 자가구강관리가 미흡하면 치주질환이 재발할 수 있기 때문에 상태에 따라 3~6개월 간격으로 치과를 방문해 유지관리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