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

[fn사설] 그린벨트 해제, 밀어붙이기는 안 된다

朴시장 사망 뒤 급진전 눈살
재건축·고밀도 완화가 먼저

정부가 주택공급 대책의 하나로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해제 논의를 공식화했다. 주택공급확대 태스크포스(TF) 기획단장인 박선호 국토교통부 제1차관은 15일 "도시 주변 그린벨트의 활용 가능성 여부 등을 진지하게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좁히면 수도권 특히 서울 내 목이 좋고 저렴하며, 사통팔달 지역의 그린벨트를 풀어 아파트나 공공임대주택을 짓겠다는 말로 들린다.

사실 그린벨트 해제는 선뜻 다루기 난감한 '뜨거운 감자'다. 인구밀집도가 높은 서울 등 수도권에서 집을 지을 땅이 점점 사라지니 어김없이 그린벨트 문제가 등장했다. 그때마다 환경·시민단체들의 강한 반대에 부닥쳐 논의 동력을 얻지 못하고 금세 사그라들기 일쑤였다. 그런데 거대여당이 부동산정책을 사실상 주도하면서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하지만 몇 가지 아쉬움이 있다. 우선 세금과 주택행정을 각각 총괄하는 기획재정부와 국토부 간 엇박자가 심하다. 부동산 정책은 세금과 공급대책이 같이 갈 때 집값 억제효과가 나올 수 있다. 정부의 갈지자 행보는 오히려 시장 혼란만 키우는 꼴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14일 그린벨트 해제 가능성을 언급하자 다음날 바로 박선호 국토부 차관이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정면 반박했다. 부총리 말을 실무부처 차관이 뒤집은 것이다. 하지만 같은 날 당정협의 후 다시 그린벨트 해제 논의로 방침이 바뀌었다. 그린벨트 해제 논의에 부정적인 정부가 여당에게 밀린 것이다.

타이밍도 문제다. 평소 그린벨트 해제를 강력 반대하던 박원순 전 시장 유고 후 이때다 싶어 밀어붙이는 모양새가 보기 안 좋다. 문재인 대통령이 강조했듯 부동산 문제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일부 여론조사에선 문 대통령의 국정지지율마저 떨어졌다. 이를 엄호하듯 집권여당 인사들이 앞다퉈 부동산 안정을 외친다. 선봉장은 7월국회를 집값 안정의 분기점으로 삼겠다는 김태년 원내대표와 조정식 정책위의장이다.

벌써부터 여권 내에선 군 소유 골프장, 군 용지 활용 등 설익은 얘기가 흘러나온다. 지금 당정을 보면 너무 급하게 서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린벨트 해제라는 중차대한 문제를 8월 공급대책 시한에 맞춰 주먹구구식으로 풀려해선 안 된다. 유휴지·도심 고밀개발·재개발·재건축 전부 검토해도 모자랄 판이면 그때 검토해도 늦지 않다. 다양한 주체가 참여하는 공청회나 토론회를 열어 공론화 과정도 거쳐야 한다.
무엇보다 꾸준하게 공급 신호를 시장에 주는 게 중요하다. 급할수록 돌아가야 한다. 바늘 허리에 실 매어 쓰면 제대로 된 정책이 나올 리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