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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상법 개정안서 반기업 독소 조항 솎아내야

[파이낸셜뉴스]16일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정부 여당이 입법을 추진중인 상법개정안을 놓고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토론회는 미래통합당 경제통인 윤창현 의원과 한국기업법연구소가 공동 주최하고, 코스닥협회·한국상장회사협의회·전경련·중소기업중앙회 등이 주관했다. 토론 대상은 지난 달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하고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상법개정안이다.

개정안의 골자는 다중대표소송제·감사위원분리선출제 등의 도입이다. 이날 전문가들은 "상법개정안은 외국인과 기관투자가에게 창을 쥐여주고 우리나라 기업으로부터는 방패를 빼앗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자칫 우량 국내기업이 외국자본에 휘둘려 무장해제당할 수 있다는 경고였다.

다중대표소송제는 자회사 이사를 상대로 모회사 주주가 회사 손해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는 제도다. 겉으론 자회사 경영을 감시한다는 취지지만 불순한 의도를 가진 투기자본이 맘만 먹으면 큰 품을 팔지 않고도 경영 간섭이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다중대표소송 도입시 새로운 신사업 성장동력에 발목을 잡아 SK바이오팜 등 같은 기업이 다시 나오기 어려운 구조라고 입을 모았다.

SK바이오팜은 상장 첫날 공모가 2배 가격으로 시초가를 찍은 뒤 상한가로 마감해 이른바 ‘따상’(더블+상한가) 잭팟을 터트렸다. 오랜 연구·개발과 지속적인 투자가 관건인 신산업의 경우 자회사 차원서 이뤄지는 데 다중대표소송은 제2의 SK바이오팜 출현을 원천봉쇄할 수 있다는 얘기다.

토론회에선 감사위원 분리선임에 대한 위험성도 제기됐다. 지금은 이사진 선임후 이중 감사위원을 선출하지만 감사위원을 기존 이사와 분리해 선출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외국계 투기자본이 일부 지분 투자후 감사위원 선임 등을 앞세워 경영권을 위협해 막대한 단기차익을 거둘 수 있다. 실제로 2003년 외국계 헤지펀드 소버린이 SK그룹 경영권을 압박해 엄청난 시세차익을 가져갔고, 2006년 칼 아이칸이 KT&G 주식 매입후 배당확대를 요구해 1년도 안돼 1500억원의 수익을 내고 먹튀한 적이 있다.

기업 지배구조 투명이라는 포장지 속에 은밀하게 감추어진 건 기업 경영을 위축시키고 산업 경쟁력마저 갉아먹는 반기업·반시장 규제의 사슬이다. 지금 한국경제는 코로나19로 위중한 상황에 처했다. 한국은행은 16일 올해 성장률이 -0.2%를 밑돌 것이라고 눈높이를 더 낮췄다.
코로나19 사태가 한국경제의 패러다임을 통째로 바꾸고 있는 위기속에서 기업 경영에 치명적인 독소조항을 도입하자는 건 앞 뒤가 맞지 않다.

슈퍼여당의 힘만 앞세운 입법독주는 유니콘 (기업가치 1조원 이상 기업)의 출현을 막고, 기업 경영을 어렵게 해 근로자까지 위험성이 전이될 수 있다. 이 엄혹한 시기에 기업가치를 높여 성장 잠재력을 높이려면 기업이 온 세계를 무대로 맘껏 휘저을 수 있도록 정부·여당이 판을 깔아주는 게 올바른 처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