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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꼼수 증세에 조세저항, 가볍게 볼 일 아니다

文 주식양도세 보완 지시
차라리 세제개혁이 정도

조세저항 움직임이 심상찮다. 두 군데서 동시다발적으로 반발이 인다. 증시 개인투자자들은 주식 양도차익에 세금을 물리겠다는 정부 방침에 분을 참지 못했다. 급기야 지난 17일 문재인 대통령이 금융세제 개편안의 보완을 지시했다. 부동산 세금 중과세 방침에 집을 가진 이들도 부글부글 끓는다. 정부는 정책의 일환일 뿐 증세가 아니라고 해명한다. 하지만 납세자들에겐 씨알도 안 먹히는 소리다.

먼저 주식양도세를 보자. 정부는 지난달 25일 금융세제 선진화 방안을 내놨다. 개미투자자가 주식으로 돈을 벌면 세금을 물리는 게 핵심이다. 양도차익 중 2000만원은 공제하고, 그 이상 번 돈에 대해 20% 세금을 매기기로 했다. 증권거래세는 그대로 뒀다. 다만 세율만 현행 0.25%에서 점차 0.15%로 낮추기로 했다. 자연 이중과세 논란이 일었다. 정부는 개편안을 세수 중립적으로 짰다고 항변한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개미들을 못살게 구는 게 무슨 선진화 정책이냐며 목청을 높인다.

부동산 세금도 비상식적이긴 마찬가지다. 7·10 대책은 보유·거래세를 동시에 올리는 게 특징이다. 종합부동산세는 다주택자는 물론 비싼 집에 사는 1주택자도 피해가지 못한다. 2주택 중과세를 피하려 부부가 이혼을 고려 중이란 보도까지 나올 판이다. 이 마당에 양도세도 오르고, 취득세도 오른다. 비싼 집 가진 이들은 숨 쉴 공간조차 없다. 문재인정부 들어 집값이 오른 건 엉터리 정책 탓이 크다. 그래놓고 집주인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꼴이다. 이러니 반발이 나오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

증세가 아니라는 해명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이다. 세금이 오르면 증세다. 더 이상 긴말이 필요없다. 꼼수 증세는 자꾸 되풀이된다. 정부가 당당한 세제개혁을 꺼리기 때문이다. 박근혜정부는 2013년 여름에 연말정산 파동을 겪었다. 개편안은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바꾸는 내용이다. 사실 세액공제 방식은 부자한테 불리하고, 서민한테 유리하다. 따라서 그 자체론 합리적인 개선안이다. 하지만 박근혜정부는 증세 없는 복지라는 그릇된 신화에 갇힌 나머지 꼼수를 피웠다. 당시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은 '거위 깃털' 발언으로 되레 납세자의 화를 키웠다.

7년 전 박근혜 대통령은 연말정산 개편안을 발표한 지 나흘 만에 원점 재검토를 지시했다. 이번에 문재인 대통령은 3주 만에 금융세제 개편안 보완을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금융세제 개편안이 개인투자자들의 의욕을 꺾는 방식이 아니어야 한다"며 "모든 정책은 국민의 수용성이 있어야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 정부는 전임 정부의 실수를 되풀이하고 있다.

증세 없는 복지를 고집하는 한 어느 정부가 들어서든 같은 잘못을 반복할 공산이 크다.
차라리 복지엔 돈이 든다며 증세의 불가피성을 호소하는 당당한 정부를 보고 싶다. 꼼수든 정통이든 증세는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 이럴 바엔 차라리 증세 이슈를 정통으로 들고나오는 게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