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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그린벨트 대혼란, 정책 신뢰 곤두박질

文대통령 보존으로 결정
믿음직한 공급안이 숙제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개발제한구역을 미래세대를 위해 해제하지 않고 계속 보존해 나가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14일 주택공급 대책의 하나로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해제 가능성을 언급한 이후 당정청 간 혼선이 빚어진 지 1주일 만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정세균 국무총리와 주례회동을 갖고 이같이 결정했다. 정 총리는 전날(19일) "그린벨트는 한번 훼손하면 복원이 안 돼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17일 당정 간 교통정리가 됐다는 뉘앙스를 풍긴 데 대한 반박이었다.

이것만 보면 문 대통령이 그린벨트 해제를 둘러싼 당정청 간 엇박자를 정 총리와 회동을 거쳐 최종 결정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문 대통령의 그린벨트 보존 결정은 옳은 선택이다. 그린벨트가 미래세대를 위한 마지막 허파라는 순기능도 있지만, 무엇보다 문 대통령이 시장 혼선만 키운 당정청 간 엇박자에 종지부를 찍었다는 점에서다. 우리는 그간 여권의 그린벨트 논의가 시장논리보다 정치논리에 매몰되면 혼란만 부추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그린벨트 해제는 도심 고밀도 개발·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 등 모든 대안으로도 부족할 때 검토할 마지막 마지노선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으로선 정부 내 이견부터 정리할 필요성을 느꼈음 직하다. 최대 민생현안인 부동산 정책을 놓고 벌어지는 볼썽사나운 정부·여당의 모습을 더 이상 방치했다가는 정부에 대한 대국민 신뢰도가 추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작용했을 것이다. 이낙연 전 총리를 비롯해 이재명 경기지사 등 대선주자까지 논란에 가세하면서 리더십 부재를 탓하는 여론 악화도 신경쓰였을 듯싶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실시한 7월 3주차(13~17일) 주중집계 결과 문 대통령 국정수행에 대한 부정평가가 18주 만에 긍정평가를 앞질렀다.

논란의 정점에 있던 그린벨트 문제가 마침표를 찍은 만큼 이제 남은 건 불로소득을 좇는 투기수요를 억제하고 서울 도심에 공급을 확대하느냐다. 괜한 입방정으로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다시 줘선 안 된다. 무엇보다 서울시와 정책조율이 급하다.
부동산 대책이 효과를 거두려면 부처 간 논의를 치열하게 하되 그 내용이 외부로 흘러나가선 안 된다. 그래야 투기수요가 시장에 엉뚱한 장난을 못 친다. 중요한 건 도심 고밀도·재건축 완화 등을 포함해 실효성 있는 대책을 신속하고 비공개 원칙 아래 신중하게 다뤄야 한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