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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의대 정원 확대, 험해도 가야 할 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방침을 공식화했다. 23일 당정협의를 거쳐 전국 의대 정원을 매년 400명씩, 10년간 4000명을 추가 증원한다고 밝히면서다. 이에 대한의사협회가 즉각 8월 총파업 카드를 내놓는 등 반발하면서 큰 진통이 예상된다. 이로 인해 의학교육 부실화 등 여러 가지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게 의료계의 반대 명분이다. 그러나 우리는 지방 곳곳의 중증·필수 의료인력 공백현상을 감안한다면 정원 확대라는 큰 방향을 거스를 순 없다고 본다.

과도한 의사 증원이 의료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게 의료계의 주장이다. 그러나 인구 1000명당 한국 의사 수는 2.3명(2017년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3.4명을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이처럼 주요 선진국과 비교하면 '의사공급 부족국가'라는 현실에 눈감을 순 없다. 올해 코로나19 사태 때 그 심각성을 감지하지 않았나. 대구에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다른 지역 의료진이 위험을 무릅쓰고 현장으로 달려가 급한 불을 껐었다. 이런 헌신 자체는 높이 평가해야겠지만, 유사시 의료진의 자발적 희생에만 기대 땜질식으로 인력부족 사태를 수습하는 것이 근본적 해법이 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의료계가 피해의식에 젖어 의대 증설에 반대만 해서 곤란하다. 역발상도 필요할 법하다. 인력 풀을 늘려 지원자가 몰리는 성형의료 영역뿐만 아니라 외상외과나 산부인과 등 기피 진료과에도 인재들이 흘러들어 가게 해야 한다는 얘기다.

물론 의료계의 목소리에도 경청할 만한 대목은 적잖다. 의사 증원 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생길 과잉진료에 대한 우려가 대표적이다. 그렇게 되면 국민의 건강보험료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정부도 각별히 유의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당정이 의대 없는 지역에 의대 신설을 적극 검토하겠다니 다행이다. 대학별 정원 배정계획도 비인기 진료과나 의과학 분야 등으로 전공자가 몰리도록 짜는 게 옳다고 본다. 앞으로 정부는 의료계와 적극 소통해 합리적인 후속대책을 함께 마련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