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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공공기관 이전, 졸속 접근할 사안 아니다

국면전환용 정치 선심 곤란
균형개발 효과에 중점 둬야

정부·여당이 수도이전론에 이어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위한 애드벌룬을 띄웠다. 더불어민주당은 24일 김사열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이 지난 22일 이해찬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를 비공개 면담한 사실을 공개했다. 이와 함께 "연말까지 추가 이전할 공공기관 선정을 마무리할 예정"이라는 말이 새 나왔다. 참여정부 때 시작된 수도권 공공기관 지방 이전의 '시즌 2'가 문재인정부에서 막이 열릴 참이다.

여당이 공공기관 이전을 추진하는 명분은 국토균형발전론이다. 노무현정부가 이 기치를 들고 시작한 이래 2017년까지 153개 공공기관이 전국 10개 혁신도시로 이전을 마쳤다. 하지만 여권이 다시 이 카드를 빼든 시점이 논란거리다. 다소 뜬금없어 보이는 천도론과 함께 부동산 가격 폭등과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 등으로 민심이 나빠진 상황에서 국면 전환용이라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키면서다.

물론 공공기관 이전의 당위성을 누가 부인하겠나. 수도권 과밀 억제와 국토의 효율적 이용 등 순기능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국 곳곳에 1차로 공공기관을 이전했지만 인구분산이나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가 기대에 못 미쳤다는 지적도 있다. 역기능을 빚는 경우도 있었다. 국민연금공단이 대표적 사례다. 세계 주요 연기금이 수도나 금융허브 지역에 운용본부를 두는 것과 달리 글로벌 금융시스템과 단절된 전주로 이전한 결과를 보라. 수익률은 떨어지고, 기금 고갈 시점만 앞당겼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렇다면 공공기관 2차 이전을 번갯불에 콩 볶듯 해치울 일은 아니다. 서울을 '천박한 도시'로 표현한 여당 대표의 언급에서 그런 조급증이 묻어나는 듯해 걱정스럽다. 혹여 내년 지방 재보궐 선거를 겨냥한 나눠주기식 접근도 곤란하다. 지자체마다 유치경쟁에 뛰어든다면 지역 '균형'이 아닌 '갈등'을 초래할 우려가 농후해서다.

특히 여권 내에서 거론되는 금융기관 지방 이전도 곱씹어 볼 사안이다. 일본·싱가포르 등 금융허브 경쟁국들이 '포스트 홍콩' 자리를 다투고 있는 터에 제2의 '국민연금공단 사태'를 자초한다면 심각한 문제다.
거듭 강조하지만 공공기관 이전은 필요하다. 다만 정치적 선심이 아니라 지역 간 균형개발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식이라야 한다. 여권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지 말고 국가백년대계 차원에서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최적의 대안을 찾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