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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핀테크 혁신은 빅테크·금융권 공생이 최선

플랫폼 금융 확대는 추세
은행·카드 불만 경청하길

금융위원회가 15년 만에 전자금융거래법을 대폭 손질한다. 핀테크(금융+기술) 활성화와 코로나19 사태가 가져온 비대면 시대를 맞아 더욱 편리한 '손안의 금융'을 만드는 게 핵심이다. 진입장벽을 낮춰 핀테크에서 더 많은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스타트업)을 배출하겠다는 속내도 있다.

금융위가 26일 '디지털금융 종합혁신방안'을 내놨다. 골자는 네이버나 카카오에서 계좌를 터도 이자 지급과 대출을 뺀 송금·출금·이체 등 거의 모든 은행업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간편결제 애플리케이션만으로 신용카드처럼 후불결제(최대 30만원)도 가능해진다. 한마디로 신용카드나 은행통장이 없어도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신용카드사 등 금융사들은 수천만명의 이용자를 앞세운 네이버나 카카오 등 빅테크에만 유리한 정책이라며 역차별 논란을 제기한다. 지금 카드사는 미리 카드 결제대금을 지불하고 정해진 날에 후불로 대금을 상환받는 과정에서 수수료 수입을 거둬왔다. 간편후불제가 도입되면 핀테크업체에 사실상 신용카드업을 허용하게 돼 큰 손실을 보게 된다는 것이다. 일면 이해는 간다. 그렇다고 똑같이 규제의 우산 속으로 핀테크를 들어오게 하는 건 맞지 않다.

디지털 뉴딜의 한 축은 기존 업종 간 경계를 허물어 소비자에게 편리한 생활금융 편의를 제공하자는 것이다. 특히 금융 플랫폼 확대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그런데 영역침범을 이유로 관치금융의 올가미를 같이 쓰자는 건 합리적 사고가 아니다. 오히려 디지털 생태계 혁신의 발목을 잡는 우를 범할 수 있다. 자칫 공멸할 수 있는 악수가 될 가능성도 있다. 핀테크업체와 금융사는 내달부터 시행되는 마이데이터사업(본인신용정보관리업)을 놓고도 신경전이 치열하다. 핵심은 정보공유의 비대칭성 논란이다. 대형 금융사와 보험사는 수십년간 쌓아온 은행·보험·카드·증권 등 이용자 정보를 일부 결제정보만 공유하는 핀테크에 내줄 경우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라고 주장한다.

금융사들은 애초부터 핀테크에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불만을 토로한다.
중요한 건 '넓은 운동장'에서 핀테크와 금융사가 상생할 수 있는 최적의 조합을 찾는 것이다. 기존의 칸막이를 중시하는 낡은 사고방식으로 디지털 금융시대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은 오는 9월 정기국회에 관련법안을 제출하기 전까지 세미나·공청회 등을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최대한 듣고 법안에 반영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