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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3상까지 간 모더나 백신, K바이오 분발하길

3만명 상대로 최종실험
美·中은 패권 다툼 양상

미국 바이오업체 모더나와 다국적 제약사 화이자가 코로나19 백신 개발 3상 임상시험을 시작했다고 27일(현지시간) 밝혔다. 각각 3만명 대상으로 세계 최대 규모다. 최종 관문인 3상 임상시험을 통과하면 백신은 바로 시판된다. 빠르면 연내 백신 공급이 가능할지 기대감도 일면서 국내외 증시에선 관련주들이 들썩였다.

전 세계는 지금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진행 속도나 규모로 볼 때 가장 앞선 모더나는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와 공동으로 백신을 개발해왔다. 미국 정부로부터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에 육박하는 지원금을 받았다. 앤서니 파우치 NIAID 소장은 "모더나가 완전히 새로운 플랫폼 기술을 백신 개발에 사용하고 있지만 염려하지 않는다. 11월이면 결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백신 개발 초고속작전팀까지 가동해 동시다발 지원을 펼치고 있는데, 모더나 3상이 첫 성공사례라 할 수 있다.

중국의 의지 역시 맹렬하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공식적으로 백신 연구를 독려한 것도 수차례다. 인민해방군까지 동원해 총력 지원에 나섰다. 국영 제약사인 시노팜이 백신 3상 임상시험을 시작한 것도 그런 노력 덕분이다. 영국계 다국적 제약회사 아스트라제네카는 옥스퍼드대학과 손잡고 3상에 돌입했다. 화이자는 가장 먼저, 가장 많은 백신물량 공급을 선언했다. 이르면 10월부터 연말까지 5000만명 분량의 백신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심지어 내년 말까지 13억회 분량 공급계획도 공개했다.

백신은 기술패권 최상단에 위치해 있다. 이를 먼저 점한 국가가 외교·통상 전략에서 더할 나위 없이 유리한 것은 물론이다. 국격 상승도 말할 것 없다. 우리의 경우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 회장의 우호적 평가에도 실제는 그렇지가 못하다. 게이츠 회장은 우리가 백신 개발 선두그룹에 있다고 추켜세웠지만 가장 진척된 기업인 제넥신 컨소시엄도 임상 1단계에 머물러 있는 형편이다. 게이츠 회장이 직접 언급한 SK바이오사이언스도 임상시험 전 단계에 있다.

다행스러운 건 우리의 개발역량을 보면 선두로 나아갈 여지는 있다는 사실이다.
현재 선두그룹에 비해 추격자인 것은 맞지만 그들에 비해 뒤지지 않는 잠재기술과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바이오·제약 산업은 한국의 미래를 받쳐줄 강력한 차세대 먹거리산업이다. 이를 선도하기 위해서도 정부와 기업이 더 분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