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

[fn사설] 인기영합 주택정책, 더 큰 화근 부른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의 주택정책이 길을 두고 뫼로 가는 분위기다. 당정이 다주택 고위 공직자에 대해 매각 압박을 가중시키고 있는 가운데 며칠 전 이재명 경지지사도 이에 가세했다. 4급 이상 도 공무원과 산하기관 본부장급 이상 임직원이 대상이었다. 다락같이 오른 집값을 잡겠다며 실효성 없는 무리수를 연발하는 꼴이다. 집값 안정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성난 민심에 놀라 '부동산 정치'를 펼치는 인상이 들 정도다.

물론 부동산 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지면서 다주택 공직자에 대한 국민의 시선이 싸늘한 건 사실이다. 30일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의 조사 결과를 보라. '국회의원 등 고위공직자들의 실거주용 1주택 소유제한'에 대해 응답자의 63.5%가 찬성했다. 범여권이 청와대 참모와 여당 의원들에게 1주택만 남기고 팔도록 유도하는 것은 이해된다. 지난 4·15 총선에 앞서 청와대와 여권 수뇌부 스스로 이를 약속한 사안이어서다.

그러나 1가구1주택을 강제할 법적·정책적 당위성이 확보된 건 아니다. 헌법상의 사유재산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뜻만이 아니다. 어차피 공직자에게만 다주택 보유를 금한다고 해서 주택시장의 공급 부족을 해결할 순 없어서다. 이 경기지사가 몇 안 되는 중견 공무원들에게 인사 불이익을 주겠다며 주택 처분을 권고한 것도 마찬가지다. 실효성 있는 집값 안정대책이라기보다 여론에 편승한 '직장 갑질'로 비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요즘 '주자유택'(住者有宅·거주자 누구나 집이 있어야 한다)이니, '부동산 민주화'니 하는 여권의 신종 구호에서도 포퓰리즘의 그림자가 어른댄다.
주택보유율이 96%에 달해 세계에서 '1가구1주택제'에 가장 근접한 루마니아의 실상을 보라. 임대주택이 씨가 말라 젊은이들은 직장을 구해도 이사를 못하고 결혼해도 분가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란다. 전국적으로는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긴 우리나라에서도 1가구1주택이 바람직하다 하더라도 이를 법적으로 강제하면 큰 화를 부를 수 있다. 적어도 시장경제하에선 다주택 보유로 인한 '불로소득'은 과세 등으로 환수하는 게 정도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