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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임대차 3법 속전속결, 후폭풍 어쩌려고 이러나

정부는 7월 31일 임시국무회의를 열어 ‘임대차 3법’ 중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전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이 불참한 가운데 통과시킨 법안이다. 특히 이날 대통령 재가와 관보 게재가 일사천리로 이뤄져 국회 법사위에 상정된 지 48시간 만에 바로 시행에 들어갔다.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유례 없는 속전속결이었다.

임대차 2개 법안이 발효되면서 세입자들은 2년 전세 계약 종료 후 원하면 2년을 더 연장할 수 있게 됐다. 재계약 때 임대료 상승률도 5% 이내로 제한된다. 이에 따라 세입자들이 전세가 급등을 걱정 않고 ‘최소 4년’은 한 집에서 살 수 있게 된다면 다행이다. 그러나 복잡다기한 전월세 시장이 세입자의 주거 안정을 바라는 여권의 뜻대로 움직일 지는 미지수다. 이미 수도권 곳곳에서 전세대란 조짐이 보이고 있다. 전세 물량이 급감하면서 신규 세입자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는 셈이다.

법 시행 과정에서 갖가지 후폭풍도 예상된다. 무엇보다 임대인과 임차인 간 갈등이 극심해지면서 세상 인심이 사나워질까 걱정된다. 재산권이 침해됐다고 여기는 집주인들이 세입자를 내보내기 위해 집 수리비를 떠넘기는 사태가 속출할 수 있어서다. 여권이 세입자의 주거 부담이 커질 이런 부작용을 몰랐다면 시장의 현실에 무지한 소치고, 알고도 밀어붙였다면 ‘주거 약자’를 위하는 척 ‘부동산 정치’를 한 격일 것이다.

하지만 당정은 임대료의 일시적 인상 등 우여곡절을 거쳐 임대차 시장이 결국 안착할 것으로 보는 것 같다. 그런 기대대로 단기간 안에 세입자 보호 효과가 나타난다면 다행이겠지만, ‘4년 이후’도 문제다. 안 그래도 장기 저금리로 인해 우리나라의 독특한 임대차 제도인 전세가 줄고 월세 전환은 느는 추세다. 그간 임대차 시장의 62%에 달하는 전세 의존도 덕분에 상당수 세입자가 월세 부담을 덜며 내 집 마련의 꿈을 키울 수 있었다. 혹여 임대차 3법이 전세제 폐지의 방아쇠가 돼 세입자를 월세살이로 내몬다면 그야말로 최악의 시나리오다.

그럼에도 176석 거여의 기세로 보면 전월제 신고제를 담은 부동산거래신고법 개정안도 8월4일 예정된 마지막 본회의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임대차 3법'이 모두 통과되면 여권의 입맛대로 임대차 제도가 완성되는 것이다. 그러나 작용·반작용의 법칙은 물리학의 영역 뿐 아니라 경제 현상에도 적용된다고 봐야 한다.
수요·공급 원리로 작동하는 시장을 입법으로 좌지우지하려다 생긴 뒷탈이 어디 한 두 가지였나. 그래서 우리는 본란을 통해 임차인 보호의 당위성을 인정하면서도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입법을 누차 당부했었다. 당정이 이미 엎질러진 물로 치부하지 말고 임대차 3법 시행과정에서 파생될 제반 부작용을 살펴봐야 할 것이다. 임대 의무기간과 계약갱신 횟수 등 핵심조항들의 실효성을 따져보며 시행령을 고치거나 보완 입법을 하란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