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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민간아파트 재건축에 공공참여는 또 뭔가

임대용 기부채납 의무화
시장이 호응할지 불투명

정부가 4일 주택 공급대책을 또 내놨다. 문재인정부 들어 23번째 부동산 대책이다. 서울 노원구에 있는 태릉골프장을 그린벨트에서 풀고, 재건축·재개발 용적률을 300~500%로 높여 총 13만가구를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공급한다는 내용이다. 핵심은 공공참여형 고밀 재건축이다. 늘어난 용적률의 50~70%를 기부채납하는 조건으로 아파트 층수를 50층까지 높일 수 있다. 정부는 이를 통해 5만호를 확보할 계획이다.

꽉 막힌 서울 도심 재건축에 숨통을 튼 건 잘한 일이다. 변죽을 울려봐야 소용없다. 서울 외곽에 3기 신도시를 짓는다고 강남 집값이 내려가지 않는다. 강남 집값을 잡으려면 바로 강남에 집을 더 지으면 된다. 강남에 빈 땅이 부족한 현실에서 공급을 늘리는 길은 재건축이 유일하다.

다만 공공참여형 고밀 재건축이 정부 바람대로 집값안정의 촉매제가 될지는 불투명하다. 조건을 덕지덕지 붙였기 때문이다. 먼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공공기관이 사업 시행에 참여한다. 용적률은 높아지지만 증가분의 50~70%는 기부채납으로 내놓아야 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용적률 증가에 따른 기대수익 중 90% 이상을 환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기부채납 물량은 장기 공공임대, 신혼부부·청년 등을 위한 공공분양으로 활용한다.

민간 재건축 추진 단지들이 이 같은 조건을 흔쾌히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기부채납 비율이 높아 실익이 적은 데다 재건축 후 민간·임대 아파트가 뒤섞이기 때문이다. 재건축 조합원들은 시행사로 민간 대형 건설사를 원한다. 공기업 LH·SH가 끼어드는 게 달가울 리 없다.

기존 재건축 규제도 여전히 발목을 잡는다. 정부는 2018년 3월부터 재건축 안전진단을 대폭 강화했다. 구조안전성 항목의 가중치 비중을 20%에서 50%로 올리는 대신 주거환경 항목은 40%에서 15%로 내렸다. 이 때문에 지은 지 30~40년 된 아파트들도 재건축 허가가 쉽지 않다. 얼마 전 6·17 대책을 통해 재건축 분양권을 받는 조건으로 실거주 2년 의무를 부과한 것도 재건축 활성화에 걸림돌이다.

종합하면 8·4 대책은 반쪽에 그쳤다. 이날 더불어민주당은 국회에서 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세제 개편안을 강행 처리했다.
지금도 무거운 부동산세금이 어깨를 더 짓누르게 생겼다. 임대차 3법 통과로 전월세 시장은 불이 났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 도심에 공급을 늘려 집값안정을 도모하려면 공공 재건축보다는 민간 자율에 맡기는 게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