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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법인세 개혁

[특별기고]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법인세 개혁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자본, 상품, 사람의 국제적 이동이 크게 제한되면서 세계 경제발전을 견인해왔던 글로벌 공급망(GVC)도 급속하게 재편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에 글로벌 기업은 연구개발, 조달, 제조, 마케팅, 판매 등 일련의 밸류체인을 비용 관점에서 세분화해서 전 세계 여러 곳에 배치·운영해왔다. 그러나 코로나19에 따른 경제봉쇄로 글로벌 공급망의 취약성이 드러났다. 미국, 일본, 독일, 중국 등 경제 강국들은 자국 내 완결형 공급망 구축을 주요 산업전략으로 내걸고 있다. 기업들을 자국으로 불러들이는 리쇼어링 정책도 경쟁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GVC 퇴조 현상은 10년 전부터 진행돼왔다. 전 세계 무역에서 GVC 참여형 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증가해오다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하락으로 전환됐다. 이는 미국, 중국, 유럽연합(EU) 등 거대경제권의 내수시장 의존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중국은 수출에서 수입중간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1990년대 50%에서 2015년에 30%로 하락했다. 중국 경제는 이미 자체 완결형 경제구조로 나아가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부상을 GVC 측면에서도 강력하게 견제하고 있다. 미국은 제조업의 탈중국화를 본격적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멕시코를 중국 공급망의 대안으로 발전시키는 니어쇼어링(Nearshoring)을 강화하고 있다.

GVC 재편은 소규모 개방경제 체제인 우리에게 어려운 도전과제를 던지고 있다. 안으로는 반도체 등 주력산업의 부품 공급망 안정화 및 고도화라는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밖으로는 해외시장에 진출한 기업들의 현지 경쟁력 강화라는 과제에 직면하게 됐다. 주력산업의 국내 공급망 안정화 및 고도화를 위해서는 소재·부품·장비 분야 국내 기업 및 외국 기업의 한국 내 생산 및 혁신 활동의 활성화가 필요하다. 해외시장에 생산거점을 갖춘 한국 기업들의 경쟁환경 악화에 대응하는 정책대안도 고민해야 한다.

GVC 재편에 대한 정책적 대응의 방향은 다양할 수 있지만 GVC가 기업의 글로벌 활동에 기반하고, 수익성에 따라 영향 받기 때문에 법인세를 중심으로 일대 개혁이 필요하다. 국내 기업이든 외국 기업이든 한국에서 고부가가치 GVC 활동을 수행할 수 있도록 법인세율을 인하할 필요가 있다. 최근 10년간 우리의 주요 경쟁국들은 법인세율을 앞다퉈 내렸는데 우리만 반대로 올렸다. 2010~2019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은 25.1%에서 23.5%로 하락했으나 우리는 24.2%에서 27.5%로 올랐다. 여기에 2019년부터 외국인투자에 대한 법인세 감면도 폐지되어 외국인투자 유치가 어렵게 됐다.

해외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이 현지에서 한 번만 과세 받도록 하는 영토주의 과세체계로 법인세를 전환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OECD 36개 회원국 중에서 아직도 영토주의 과세체계를 도입하지 않은 나라는 한국을 포함해 5개 국가에 불과하다.

기업의 혁신활동 촉진을 위한 특허박스제도의 도입도 검토해야 한다. 특허박스제도는 지식재산권을 사업화해 발생한 소득에 법인세 감면을 제공하기 때문에 혁신활동 촉진에 효과가 크다. 이 제도를 도입한 국가는 그렇지 않은 국가보다 혁신 수준과 외국인투자 유치가 높게 나타났다.
주요 유럽국가와 중국은 이 제도를 통해 자국 내 혁신적 GVC 수행을 촉진하며 산업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이 코로나19 이후 GVC 재편 과정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혁신활동의 글로벌 거점이 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 기업 및 혁신 친화적으로 법인세를 개혁해야 한다.

이성봉 서울여대 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