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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감한 이장, 침수마을 장애모녀 등 23명 살렸다(종합)

용감한 이장, 침수마을 장애모녀 등 23명 살렸다(종합)
지난 7, 8일 내린 비로 침수된 곡성읍

[곡성=뉴시스] 류형근 기자 = 전남 곡성 마을의 50대 이장이 대피하지 못한 채 침수된 집에 갇혀 있는 장애인 모녀 등 23명을 구조한 사실이 뒤늦게 전해졌다.

12일 곡성군에 따르면 지난 8일 500㎜ 이상의 집중호우와 섬진강 범람으로 인해 곡성읍에서만 주택 200여채와 농경지 수천㏊가 침수됐다.

침수가 예상되는 지역에는 이날 새벽부터 대피를 안내하는 재난안내 문자메시지가 발송됐고 각 마을의 이장들에게도 전파됐다.

곡성읍 금예마을 김재덕(54) 이장도 섬진강 범람이 시작되자 오전 11시께 마을 방송으로 신속히 대피할 것을 알렸다.또 자신의 차량을 이용해 혼자 사는 노인들을 인근의 대피소로 이동시켰다.

대피소와 마을을 3차례 왕복한 끝에 주민들을 모두 대피시켰다고 판단한 김 이장은 주민들의 수를 파악했다.

그런데 마을에 거주하고 있는 장애인 모녀가 보이지 않았고 "물이 차오르는 집에 아직 갇혀있는 것 같다"는 주민의 이야기를 들었다.

주민들이 "지금 마을에 빗물이 차서 들어가는 것은 위험하다"고 만류했지만 김 이장은 친구 김희준(54)씨와 함께 마을로 차량을 돌렸다.

용감한 이장, 침수마을 장애모녀 등 23명 살렸다(종합)
최대 강수량 500㎜의 기록적인 폭우가 이틀째 이어진 8일 오후 전남 구례군 문척면 일대

마을 입구에 도착했을 때는 물이 가슴높이까지 올라온 상태여서 김 이장 등은 차에서 내려 걸어 들어갔다.

이어 고립된 장애인 모녀와 함께 비교적 고지대에 위치한 마을회관으로 대피했다. 아이를 품에 안은 부부를 비롯해 다른마을 주민 13명도 피하지 못했다는 소식을 듣고 마을회관 쪽으로 피신하라고 안내했다.


점점 물이 차오르자 김 이장의 주변에는 23명이 모였고 빗물이 마을회관까지 차오르자 김 이장은 더욱 높은 곳으로 이동해 구조대에 연락, 고립 위치를 알렸다.

구조대가 도착하자 김 이장은 아이와 장애인 모녀, 노인들을 먼저 태워 보냈고 마지막 보트를 이용해 마을을 빠져 나왔다.

곡성군 관계자는 "빗물이 순식간에 마을을 덮치는 속에서도 김 이장이 침착하게 대처해 소중한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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