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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산 탄핵 영남만인소’는 "반전"..文·조국·이낙연 때리기

상소문에 뒤덮인 청와대 국민 청원
경상도 백두 김모 “조국, 폐하 꿈꾸던 나라 완성할 것”
조은산 비판한 듯 보이지만, 사실 현 정부정책 풍자

‘조은산 탄핵 영남만인소’는 "반전"..文·조국·이낙연 때리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갈무리
[파이낸셜뉴스]30대 가장 ‘진인(塵人) 조은산’의 ‘시무(時務) 7조’가 화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엔 ‘영남만인소(嶺南萬人疏)’ 형식을 차용한 또 다른 정부 비판 글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왔다. 영남만인소는 조선시대인 1880년대 고종 시절, 영남 지역 유생 1만 여명이 정부의 개화정책에 반대하며 낸 상소문이다.

지난 8월 29일 올라온 이 장문의 글은 “진인 조은산을 탄핵하는 영남만인소”라는 제목을 하고 있다. 조은산을 비판하는 듯 하지만 사실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조목조목 꼬집은 글이다.

자신을 ‘경상도 백두(白頭) 김모(金某)’라고 밝힌 청원인은 “근자에 인천의 진인 조은산이라는 자가 여러 차례 ‘시무7조’라는 이름의 망령된 상소문을 황상 폐하께 올려 나라를 어지럽히고 인심을 혼란케 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며 “소인에게 유전(流傳)한 은산의 ‘시무7조’를 대강 살펴보니,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머리털이 쭈뼛해지고 간담이 떨리며 홀연히 눈물이 넘쳐 주체할 수 없이 뺨을 타고 흘러 내렸다”고 했다.

그는 ‘시무 7조’의 내용을 조목조목 비판하는 형식을 취해, 정부의 정책들과 여권 인사에 대한 풍자를 이어갔다.

그는 흑석동 상가 매입 논란으로 물러난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에 대해 “광화문 광장의 ‘촉화봉기(燭火蜂起)’(촛불시위)로 황상께서 즉위하시는 과정에 한겨레신문 기자이던 김의겸이 세운 공은 길가는 사람들이 다 알고 있다”며 “이에 황상께옵서 김의겸을 승지로 임명해 가까이 두시고 내금위 호위무사들의 숙소마저 내 주시니 김의겸은 영끌의 귀재답게 돈을 모아 흑석동의 건물을 사들여 수십억냥의 이득을 취했다고 알려졌다”고 했다. 이어 “비록 김의겸은 승지에서 물러났으나 황상폐하의 은덕으로 그의 수중에 돈은 고스란히 남았으니 이 또한 황상폐하의 은공이 아니겠습니까”라고 덧붙였다.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에 대해선 “도승지 노영민은 똘똘한 강남의 한 채를 남기려다 그것마저 황상의 뜻을 받들어 오두막집 한 채도 없이 팔아버린 그야말로 황상폐하의 눈 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어여쁜 신하”라며 “이제 그가 조선 천하에 머물 집도 없으니 어찌 대궐에서 내칠 수 있겠습니까”라고 비꼬았다.

다주택 논란 이후 사임한 김조원 전 청와대 민정수석, 그리고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에 대해서는 “승지 김조원은 스스로 그 자리에서 물러나도록 하여 강남의 집 두 채를 온전하게 보존하도록 했고, 승지 김수현 등 수많은 대소 신료들이 모두 똘똘한 강남의 집을 갖고 있어 황상폐하의 은혜가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황상폐하의 곁에서 시봉하고 있는 내관과 승지 대소신료들을 내 식구처럼 아끼고 챙기는 것은 당연지사”라고 했다.

또한 청원인은 여권의 차기 대권 주자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신임 당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대해서도 풍자했다. 그는 “영의정을 지낸 이낙연은 선대 무현황제(武鉉皇帝·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 당시 이를 주도한 당여(黨與)에 합세하고 있었으므로 선대 무현황제에 천추의 한을 남긴 허물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경기감사 이재명은 성정이 급하고 언사가 격하여 혹여 그 뜻을 이루면 자신의 형수에게 퍼부은 욕설을 황후마마에게 퍼부을 수도 있으니 심히 저어된다”고 평가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관련해서는 “조국 전 형조판서는 성균관에서 유생을 가르칠 당시 세상의 온갖 일에 개입하여 지적질을 해대다가 스스로 형조판서에 오르자 솔선수범하여 그간 타인을 비난하던 일들을 몸소 실천함으로써 조 스트라다무스라고 불릴만큼 통찰력이 있는 인재”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조국 전 형조판서(법무부 장관)과 김경수 경남감사(경남지사)를 늘 가까이 하시길 바란다”고 했다.

‘조은산 탄핵 영남만인소’는 "반전"..文·조국·이낙연 때리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갈무리. 사진=뉴시스


ming@fnnews.com 전민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