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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1년 은성수, 위기 대처 능력 호평…빅테크 갈등 등 과제 산적

취임 1년 은성수, 위기 대처 능력 호평…빅테크 갈등 등 과제 산적
은성수 금융위원장. (금융위 제공)/뉴스1

(서울=뉴스1) 박기호 기자,송상현 기자 = 취임 1년을 맞은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코로나19 사태 등 각종 위기 상황 속에서 발빠른 위기 대처 능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꼭 1년 전인 지난해 9월9일 문재인 정부 두번째 금융위원장으로 취임한 그는 금융정책에 대해 안정, 균형, 혁신의 세 바퀴로 굴러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Δ확고한 금융안정 Δ혁신성장 지원기능 강화 Δ포용적 금융 강화 Δ금융산업의 혁신 추진 등 네 가지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은 위원장은 자신의 구상을 정책에 담기도 전에 각종 위기에 직면했다. 고객에게 대규모 손실을 안겨준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FL) 문제를 시작으로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가 연이어 터졌다. 게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라는 국내 초유의 감염증발(發) 위기도 마주했다.

위기 극복에는 은 위원장의 경험이 한몫했다. 은 위원장은 과거 위기 때마다 금융 정책 일선에서 고군분투했다. 1998년 외환위기 때는 재정경제원 금융정책과, 청와대 구조조정기획단에서 공적자금 조성 계획을 세웠다. 또 2011년에는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을 맡아 한일, 한중 통화스와프 확대 체결을 이끌어내면서 유럽발(發) 재정위기 등에 안정적으로 대처했다.

코로나19 위기 국면에서도 은 위원장의 위기관리 능력이 돋보였다. 그는 금융당국이 과거부터 주요 위기 때마다 사용됐던 대처 방안을 적재적소에 활용했다. 금융위는 코로나19 위기가 터지자 역대 최대인 175조원 플러스 알파(α) 규모의 과감한 민생금융안정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이를 통해 시장의 불안감을 잠재우고 위기에 처한 기업들에는 최후의 보루 역할이 됐다는 평가도 상당하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경제가 흔들리는 상황 속에서 금융위가 신속하게 대응을 잘했다"며 "부문별, 단계별로 신속하게 자금을 지원해서 시장이 (다른 국가에 비해) 신속하게 안정되는데 기여를 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연일 끊이지 않고 터지는 사모펀드 문제에 대한 대처법으로는 전수조사 카드를 꺼내들었다. 사모펀드 전수조사는 '금융위의 책임 떠넘기기' 등 뒷말도 나오지만 이번 기회에 사모펀드를 전부 다 짚어보고 가겠다는 의지를 보이면서 업계의 자정 기능도 유도하려고 선택했다는 분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 위원장이 DLF 등 각종 금융 사고에 대해 신속하게 피해 보상과 제도개선을 하고 있다"며 "이미 발생한 금융사고가 어쩔 수가 없다면 대응 면에서 은 위원장이 잘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금융혁신 역시 은 위원장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은 위원장 취임 직후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끌어내며 핀테크의 금융시장 진입 활로를 열어줬다. 이후 지난 8월 디지털금융 종합혁신방안을 마련하면서 핀테크·빅테크의 진입 범위를 구체화하는 등 디지털금융의 체계를 갖췄다.

서민금융 등 포용금융도 강화했다. 서민금융 공급 확대 및 소비자신용법 제정을 추진했고 금융소비자보호법도 제정했다. 불법사금융과 보이스피싱 근절방안도 마련했다.

특유의 친화력을 바탕으로 금융권의 다양한 목소리를 경청했다는 호평도 나온다. 은 위원장은 동학개미(개인투자자)들의 요구사항이었던 공매도(空賣渡) 금지 조치를 단행했고 최근에는 6개월 연장했다.


물론 은 위원장의 활동 중 미흡하거나 아쉬움을 자아낸 장면도 있다. 취임 1년이 된 은 위원장에게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쌓인 셈이다.

은 위원장이 야심차게 추진하는 혁신금융과 관련해 기존 금융권과 빅테크(Big Tech)의 미묘한 갈등이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임기 1년을 넘어선 은 위원장 입장에선 정통 금융권과 빅테크 간의 갈등 조율이 최대 과제다. 금융권에선 빅테크만 '혁신'이라고 보는 금융당국의 시각이 바뀌어야 원만한 협의가 가능하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이라는 세계적인 흐름 속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선 잡음 없는 조율이 필요하다. 금융당국은 이번 달부터 빅테크와 기존 금융권 간의 갈등관리 체계를 만들기 위한 협의체를 운영할 예정이다.

과감한 코로나19 위기 대응은 호평을 받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후폭풍도 관리해야 할 숙제다. 코로나19 여파로 저금리 흐름이 이어지면서 신용대출이 급증했다. 지난달 한국은행이 발표한 '7월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올 7월 은행권의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 잔액이 전달보다 3조7000억원 급증해 2018년 10월(4조2000억원) 이후 1년9개월(21개월)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은 위원장은 취임 1년 소회를 통해 가계기업 대출 급증에 대해 장기적 관점에서 연착륙을 도모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 대출의 만기 연장과 이자납부 유예 조치 역시 금융권의 자산건전성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회사들은 만기 연장과 이자납부 유예 조치가 끝나는 시점이 되면 부실 대출이 상당히 많이 나와 금융시장에 타격을 줄 수 있다면서 불안감을 보이고 있다.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덜기 위해 금융회사의 반발에도 빚 상환 연기를 밀어붙였던 금융당국 입장에선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은 위원장은 "위기가 끝나지 않은 만큼 소상공인‧중소기업 등의 가중된 어려움을 분담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되, 금융권의 건전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각별한 관리노력도 강화하겠다"고 전했다.


금융당국의 수장인 은 위원장이 행보 하나하나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주문도 있다. 은 위원장이 지난해 P2P 업체인 팝펀딩을 방문한 행보는 대표적인 옥에 티로 꼽힌다. 은 위원장이 금융혁신이라고 치켜세웠던 해당 업체는 최근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에 휘말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