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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통신비 2만원씩 지원, 재정이 쌈짓돈인가

4차 추경 선별지원 퇴색
당정 안이한 태도에 실망

정부가 4차 추가경정예산안을 7조8000억원 규모로 짰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8차 비상경제회의에서 4차 추경은 '피해 맞춤형 재난지원 성격'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코로나 사태로 어려움이 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긴급돌봄과 고용안정에 초점을 맞췄다. 이례적인 4차 추경은 불가피했다.

다만 정부가 재정을 대하는 태도만큼은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문 대통령은 "적은 액수이지만 13세 이상 국민 모두에게 통신비를 지원하겠다"며 이는 "정부의 작은 위로이자 정성"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통신비 지원용으로 1인당 2만원씩 9000억원을 배정했다.

전 국민 통신비 지원은 피해 맞춤형이라던 4차 추경과 어긋난다. 결국 선별 지원과 보편 지원이 뒤엉킨 꼴이 됐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10일 "문재인 포퓰리즘을 넘어 이낙연 포퓰리즘이 자라고 있는 게 아닌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통신비 지원은 더불어민주당 이 대표의 제안을 문 대통령이 수용한 것이다. 이어 주 원내대표는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전액 무료가 (통신비 지원보다) 훨씬 더 필요하고 긴급하다"고 주장했는데, 틀린 말이 아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통신비 지원은 직접 통신사로 들어가 버리니까 승수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통신비 지원이 정부의 위로·정성이라는 표현도 어폐가 있다. 마치 정부가 제 돈을 나눠주는 듯한 뉘앙스를 풍긴다. 미안하지만 정부는 그런 돈이 없다. 정부가 국민에게 주는 돈은 전부 세금 아니면 빚(국채)이다. 4차 추경은 거의 다 국채로 조달한다. 결국엔 국민이 갚아야 할 돈이다.

올 들어 1~4차 추경은 총 67조원에 이른다. 이 통에 나랏빚은 눈덩이처럼 굴러간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올해 44%에 육박하고, 2022년 51%를 넘어설 전망이다. 문 대통령도 지난 7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현실적으로 재정상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8일 "(재정건전성이) 적절하게 통제되지 않는다면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 중장기적으로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래놓고 전 국민 통신비 지원책을 내놓았다. 어느 장단에 춤을 추라는 건지 모르겠다.

정부와 민주당이 재정을 다루는 태도에선 안이함마저 느껴진다. 국민이 1~4차 추경을 용인한 데는 코로나 사태라는 특수 사정이 있다.
그렇다면 정부는 한 푼이라도 아끼고 또 아껴서 돈을 써야 한다. 지금은 거꾸로 쌈짓돈 쓰듯 한다. 이래선 재정이 견딜 재간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