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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세 시대 본격화"…갱신청구권이 바꾼 新 풍속도

"4년 전세 시대 본격화"…갱신청구권이 바꾼 新 풍속도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 전경.© News1 임세영 기자


"4년 전세 시대 본격화"…갱신청구권이 바꾼 新 풍속도
서울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매물 정보가 붙어 있다.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국종환 기자 = "원래 이사 계획이 있던 세입자분들도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면서 2년 더 머무르시는 경우가 많아졌네요. 자연스럽게 4년 전세가 확산해가는 모습입니다."(서울 강남구 A공인)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 등 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된 지 한 달여가 지나면서 주택시장에 새로운 변화들이 나타나고 있다.

한때 갭투자용으로 인기를 끌었던 전세 낀 매물은 규제로 거래 제약이 생기면서 찬밥 신세로 전락했다. 이마저도 매도를 하려면 전세 계약 만료 최대 1년 전부터 준비를 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4년 전세' 시대가 본격화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18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전세를 낀 매물과 입주 가능한 매물의 가격 움직임이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강동구 대단지인 고덕그라시움 전용면적 59㎡ 주택형의 입주 가능 매물은 현재 호가가 13억5000만원에서 14억원대에 형성돼 있다. 그러나 전세 낀 매물은 이보다 최대 2억원 낮은 12억원에도 급매물이 나온다. 내린 값에도 매수 문의가 없어 가격이 거듭 하락했다.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도 입주 가능 매물은 17억원대까지 호가하는데, 전세 낀 매물은 1억원 이상 낮은 15억5000만원~16억원대에 급매물이 나와 있다.

전세 낀 매물은 갭 투자가 가능해 한때 주택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6·17대책과 7·10대책,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등이 잇따라 시행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정부는 다주택자의 주택 취득세와 보유세를 대폭 인상해 투기수요를 원천 봉쇄했다. 또 규제지역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경우 6개월 이내 전입하게 하는 방식으로 갭투자를 차단했다. 6개월 이내에 입주가 가능한 집을 골라야 한다는 얘기다.

이에 더해 지난달부터 세입자의 전·월세 계약 기간을 최소 4년(2년+2년)간 보장(계약갱신청구권)하고, 전·월세 인상 폭을 최대 5%로 제한(전월세상한제)하는 내용을 담은 주택임대차보호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전세 낀 매물의 인기는 더 떨어졌다.

이미 세입자가 살고 있는 매물은 전세금을 마음대로 올릴 수가 없다.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면 새로운 매수인의 입주 일정에도 차질이 생긴다. 국토부가 지난주 실거주 목적으로 집을 매입하는 매수자도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 가능 시점인 계약 만료 6개월 전에 등기 이전을 마치지 못하면 입주가 불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내놓으면서 전세 낀 매물은 기피 대상이 됐다.

이러한 문제들로 인해 중개업계에선 전세를 낀 매물을 매도하려면 임대차계약 만료 1년 전부터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새로운 매수인을 찾는 데 일정 기간이 소요되고, 계약금·중도금·잔금 등을 지불하고 등기이전까지 마치려면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미리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임대차법 등 새로운 정책이 자리매김하면서 2년 전세가 4년으로 보편화하고, 주택 가치 평가 기준이 달라지는 등 주거 트렌드의 변화가 확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개업계 한 관계자는 "앞으로 집을 팔기 위해선 임대차계약 만료 최대 1년 전부터 준비를 해야 하고, 로열층 매물이 더 비쌌던 것처럼 입주 가능 여부에 따라 집값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며 "갱신청구권 이용 사례가 늘면서 4년 전세가 보편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