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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기쳐야 주인" vs "실수요도 피해"…갱신청구권 대립각 '팽팽'

"등기쳐야 주인" vs "실수요도 피해"…갱신청구권 대립각 '팽팽'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News1 민경석 기자


"등기쳐야 주인" vs "실수요도 피해"…갱신청구권 대립각 '팽팽'
서울 시내 한 공인중개사무소에 전세 매물 등이 안내된 게시물이 부착돼 있다.©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국종환 기자 = 세입자의 전·월세 계약 기간을 최소 4년(2년+2년)간 보장하는 계약갱신청구권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도입 초기 집주인, 매수인과 세입자 간의 갈등 양상이 지속하고 있다.

20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계약갱신청구권 등 임대차보호법을 둘러싸고 집주인과 세입자 간의 갈등이 확대되면서 분쟁 상담이 늘고,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연일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임대차법이 시행된 지난 7월31일부터 이달 15일까지 대한법률구조공단에 접수된 임대차법 관련 상담 건수는 1만3504건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7770건)보다 74% 증가했다.

그중 임대차 기간과 관련한 상담 건수가 438건에서 2105건으로 5배가량 급증했다. 주로 세입자는 계약을 더 연장할 수 있는지, 집주인은 세입자를 내보낼 수 있는지에 대해 문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계약갱신청구권과 관련해 하루에도 수십 건의 게시글이 올라오고, 관련 게시글에는 수백 수천 건의 댓글이 달리며 집주인과 세입자 간 대립이 계속되고 있다.

◇집주인 "내 집인데 왜 맘대로 못하나…실거주 매수 허용해야"

집주인들은 계약 기간 연장으로 인해 집을 마음대로 처분할 수 없게 된 것에 대해 재산권 침해하고 주장한다. 다주택 양도소득세 중과를 면하려면 내년 중순까지 집을 팔아야 하는데, 시장에서 전세 낀 매물이 기피 대상이 돼 규제에 가로막혔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살던 집을 팔고 새집으로 갈아타려는 일시적 1가구 2주택자들도 갭투기로 취급을 당하면서 규제의 피해를 받게 됐다고 하소연한다. 또 이미 맺어진 임대차 계약에 임대차법을 소급적용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정부가 최근 실거주 목적으로 집을 매입하는 매수자도 세입자의 갱신청구권 가능 시점인 계약 만료 6개월 전에 등기 이전을 마치지 못하면 입주가 불가능하다는 해석을 내놓자 집주인과 매수자의 불만은 더 커졌다. 실거주 내 집 마련 수요까지 막아 주택 거래 자체가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집주인 A씨는 "내년 6월 전까지 집을 팔라고 했으면 출구를 마련해줘야 한다"며 "집을 팔고 싶어도 전세가 끼어있어서 매매가 안 된다. 실거주 목적 매수의 경우 갱신청구권을 거절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세입자 "세입자 주거권 보호 우선…4년 전세 받아들여야"

이에 대해 세입자들은 상대적 약자인 세입자의 주거권 보호가 우선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동안 집주인의 과도한 전세금 인상으로 이주가 쉽지 않아 최대한 거주 기간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집값에서 전셋값이 차지하는 비중이 평균 60%에 육박하는 등 사실상 세입자가 집값의 절반 이상을 부담하고 있는 만큼 세입자의 권리도 존중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또 이번 계기를 통해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고 무분별하게 시장을 교란한 갭투기를 근절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말한다. 일시적 2주택자도 일부는 시세차익을 생각해 미리 레버리지를 일으켜 집을 사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실거주 매수인의 계약갱신청구권 거절 주장에 대해서는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치지 않은 계약 상태의 매수인을 집주인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갱신청구권 도입으로 사실상 '4년 전세'가 보장된 만큼 현재의 2년 전세처럼 4년 계약 기간을 고려해 주택 매도 및 매수를 계획해야 한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계약갱신청구권이 자리 잡기까지 집주인과 세입자 간의 갈등 사례가 늘어나면서 당분간 분쟁, 소송 등 혼란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과거 1989년 임대차 보장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처음 늘렸을 때도 갈등이 적지 않았던 것처럼 이번에도 당분간 갈등이 지속할 것"이라며 "관련 판례들이 쌓이고 4년 전세가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기까지 혼란이 계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