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공장 시설투자 필요 없어 단순 판매기지로 전락 우려도
쉐보레 트래버스 한국GM 제공
르노 조에 르노삼성자동차 제공
국내 완성차 업체가 모회사의 해외생산 차량을 국내에 들여와 판매하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수입차가 최근들어 다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히고 완성차 업체들도 국내공장에 대한 별도의 시설투자 없이 발빠르게 차량을 투입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하지만 OEM 수입차가 증가할수록 국내 공장의 일감이 줄게 되고, 이에 따라 단순한 판매기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GM은 쉐보레 브랜드로 국내에 총 11개 차종을 판매하고 있는데 이 중 카마로 SS, 볼트EV, 이쿼녹스, 트래버스, 콜로라도 등 5종이 OEM 수입차다. 르노삼성도 총 8개 판매 차종 중 캡처, 마스터, 조에 등 3종이 모회사인 르노의 해외 생산기지에서 수입해 판매하고 있다.
한국GM의 올해 1~8월 전체 내수 판매량은 5만3978대였는데, 이 중 15.8%(8524대)가 OEM 수입차로 집계됐다. 지난해 동기대비 OEM 수입차 비중 7.8%(3811대)와 비교하면 8.0%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트래버스와 콜로라도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판매가 시작된 영향이다. 한국GM이 GM에서 수입해 판매한 차량 점유율 순위는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폭스바겐에 이어 전체 수입차 시장에서 5위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
르노삼성의 올해 1~8월 OEM 수입차 판매 실적은 2896대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내수 판매량의 4.3%에 해당한다. 판매 비중은 5% 안팎이지만 지난해 SM3, SM5, SM7 등이 단종되면서 라인업 가운데 절반 가량이 OEM 수입차로 꾸려지게 됐다. 고객들의 다양한 차종 수요를 고려해 중대형 및 고급차 위주로 OEM 수입차가 늘 것으로 보인다. 별도의 공장 설비 구축이 필요 없어 라인업 확대에도 용이해 수익성에도 긍정적이다. 아울러 국내 완성차 업체의 정비망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하지만 노조와 업계 일각에선 OEM 수입차가 증가할 수록 국내 공장의 일감이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등 친환경차로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상황 속에서 국내 법인이 판매기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파업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는 한국GM 노조도 사측의 미래차 계획이 미흡하다며 책임감 있는 전략 수립을 요구하고 나선 상태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OEM 수입차 점유율이 계속 늘어나게 되면 상대적으로 국내 법인들의 연구개발 기능은 약화될 여지가 크다"고 우려했다.
cjk@fnnews.com 최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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