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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신세계 정용진·유경 남매 증여세의 경우

둘이 3000억원대 추산
주식물납 외 대안 찾길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77)이 28일 보유주식 일부를 정용진·정유경 남매에게 증여했다. 이 회장은 이마트 지분 8.22%를 아들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52)에게 증여했다. 이 회장은 또 신세계 지분 8.22%를 딸인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48)에게 증여했다. 정 부회장은 이마트 최대주주로, 정 총괄사장은 신세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로써 신세계그룹 경영권은 정용진·정유경 구도로 확정됐다.

예견했던 일이다. 지난 2006년 당시 정재은 신세계 명예회장은 지분 전량을 아들과 딸에게 넘겼다. 정 명예회장은 이명희 회장의 남편이다. 2011년엔 신세계가 이마트와 백화점으로 기업을 분할했다. 이때 이마트는 정용진, 백화점은 정유경 몫이라는 게 정설로 받아들여졌다. 이번에 개인 최대주주인 모친 이명희 회장까지 지분 증여에 나선 만큼 신세계의 경영권 승계는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주목할 것은 증여세다. 13년 전 신세계는 재벌 경영권 승계에서 모범을 보였다. 2007년 정용진·유경 남매는 부친(정재은)한테 받은 지분에 대한 증여세를 주식 현물로 냈다. 시가로 정용진은 약 2000억원, 정유경은 1500억원에 상당하는 주식을 국세청에 냈다. 합계 3500억원은 당시로선 사상 최대 증여세로 화제를 모았다.

이번에 남매가 내야 할 증여세 역시 수천억원으로 추산된다. 모친으로부터 물려받은 주식에 최대주주 할증 20%를 더한 뒤 최고세율 50%를 적용하면 정용진은 약 2000억원, 정유경은 약 1000억원의 증여세를 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재벌이 가장 큰 욕을 먹는 게 바로 탈세 의혹이다. 신세계그룹이 이번에도 깔끔한 납세로 모범기업의 전통을 이어가길 바란다.

이와는 별도로 기업이 내는 증여·상속세의 타당성에 대해선 깊이 고민해 볼 때가 됐다. 13년 전 정용진·유경 남매는 주식 물납을 택했다. 현금 수천억원을 당장 마련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세금을 주식으로 내면 지분율이 그만큼 깎인다. 최악의 경우 경영권 약화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재벌의 편법승계를 옹호하려는 게 아니다. 다만 왜 재벌이 사회적 비판과 사법적 위험을 무릅쓸 수밖에 없는지, 다른 합리적인 해결책은 없는지 진지하게 들여다보자는 것이다. 심지어 중소·중견 기업 중에선 가업을 물려주느니 차라리 회사를 팔아 현금을 챙기겠다는 이들이 많다. 무거운 세금이 기업할 의지마저 꺾는다면 대안을 찾아보는 게 상식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