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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대란 심각한데 기다리라는 정부… 세입자는 속터진다

국토위 국감 야당 의원 성토에
"기다리면 정책효과 나타날 것"
시장은 전세 불안 장기화 전망
"임대차법 졸속 개정부터 인정을"

전세대란 심각한데 기다리라는 정부… 세입자는 속터진다
전세매물은 자취를 감추고 가격마저 폭등하는 등 극심한 전세대란에 대해 정부가 '기다리면 정책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미온적인 입장을 반복하면서 시장과 정책 사이의 괴리감이 극명해지고 있다. 전문가와 시장에선 계약갱신청구권 등 임대차법 개정의 졸속 추진부터 인정하는 게 현 사태를 해결하는 첫 걸음이라는 지적이다.

전세대란에도 "기다려야 정책 효과"


18일 정치권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6일 열린 국토교통위의 국토부 국감에서는 "정부의 23번에 달하는 정책이 부동산 시장을 왜곡하고 전세대란을 불렀다"는 야당 의원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하지만 김현미 국토부장관은 "서울을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이 안정을 되찾고 있다. (이처럼) 전세시장의 불안도 시간을 두고 기다려 볼 필요가 있다"고 답해 상당한 온도차를 보였다.

부동산업계와 전문가들은 김 장관이 발언에 대해 "정부의 안일한 인식이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전세시장 불안에 대한 즉각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걸 두고 "스스로 만든 정책이 부른 자승자박이 아니냐"는 비판마저 쏟아지고 있다.

특히 국감에서 이같은 현실을 대변하는 단적인 장면이 나왔다.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이 "자신이 사는 전셋집에서 나와야 하는데 거꾸로 자신이 소유한 집 처분은 세입자 때문에 하지 못하고 있는 A씨의 사연을 아냐"고 묻자 김 장관은 "새로운 집을 알아보시는 것이 좋겠다"고 답했다. 김 의원이 "이 주인공이 마포에 사는 홍남기씨(경제부총리)의 사연"이라고 하자 김 의원도 "그런 것 같다. 알고 있다"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졌다.

국감의 주요 타깃이 된 전세시장의 불안은 사실상 예고된 바가 있다.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로 대표되는 임대차2법이 지난 7월말 시행되자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세매물이 자취를 감췄고, 추석 이후 전국적으로 이사철 '전세 난민'이 양산되고 있다.

실제 수도권의 아파트 전세는 빠르게 자취를 감추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아파트 실거래가)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1000가구 이상 아파트 단지 1798개 중 1299곳(72%)은 전세매물이 5건 이하로 조사됐다. 총 9510가구 규모로 전국 단일단지 최대인 서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의 경우도 최근 전세 매물이 달랑 6건에 불과한 상태다.

임대차법 '졸속 추진' 인정이 먼저


현장 공인중개업소에서는 "전세 매물이 씨가 말랐다", "부르는 게 값이다", "새 계약이 나올 때 마다 억대로 뛴다" 등의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김 장관은 국감에서 "추가로 전세대책을 추진 중인 것은 없다. 임대차3법이 시장에 조기 안착할 수 있도록 면밀하게 챙기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 1990년에 임대차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릴 때도 시장이 안정되는 데 5개월이 걸렸다"고 답해 상당한 온도차를 보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당시와 달리 전세시장 불안이 더 오래 갈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박원갑 KB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전세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하는 것과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는 것은 시장에 미치는 충격의 차원이 다르다"고 말했다.


임대인들도 신규 전세계약의 경우 4년 치의 인상폭을 고려해 가격을 높여 잡고 있어 수도권 아파트 전세가격은 62주째 상승을 기록 중이다. 정부는 3기 신도시 등을 중심으로 공공택지 공급물량을 늘린다는 계획이지만 분양가상한제가 시행과 맞물려 민간분양물량은 급감한 상태다. 게다가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2만5120가구로 올해 4만8719가구의 절반 수준에 머물 전망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충분한 검토없이 임대차법 개정안을 추진한 것이 화를 키웠다"며 "적절한 공급대책 없이 수요를 옭아매면 시장이 왜곡된다"고 말했다.

kimhw@fnnews.com 김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