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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재무학회칼럼] 공모주 시장 과열을 경계한다

[한미재무학회칼럼] 공모주 시장 과열을 경계한다

공모주 광풍이 불고 있다. 올해 청약증거금은 200조원을 넘을 것이라 하고, 기업들은 공모시장에 줄줄이 대기 중이다. '따상'을 꿈꾸는 투자자들 덕에 대주주들은 대박을 터트리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단순 시장과열 현상으로 보이지만 이면에는 더 큰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버블은 꺼지게 마련이다. 손해를 보는 자는 개미투자자들이요, 이익을 보는 자는 대주주와 기관들이다. 부의 불균형을 가속화할 뿐 아니라 경제의 활력을 잃게 만든다.

찬찬히 이유를 살펴보자. 공모주 시장은 본질적으로 정보비대칭 시장이고, 경제학에서 말하는 '레몬시장'이다. 중고차시장을 보자. 판매자는 빛 좋은 개살구를 문제없는 차인 양 포장해서 팔고 싶어한다. 판매자와 구매자 간에 정보비대칭이 존재한다. 공모주시장도 마찬가지다. 지배주주들은 주식 판매자이고, 개인투자자는 구매자다. 대주주들은 회사의 미래를 장밋빛으로 포장하고 개인들은 바가지를 쓰기 십상이다. 진정 전망 좋고 저평가된 주식이라면 내부인들이 팔 리가 있는가. 약장수가 불로초를 팔고 있는데 정작 약장수는 먹지 않는다면 그 약은 가짜인 법이다.

공모주시장의 레몬시장 문제를 방지하려면 올바른 가격이 필수다. 주가가 내재가치에 부합해야 한다. 최근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상장을 예로 들어보자. 당기순이익은 640억원이고, 시가총액은 8조원을 상회하니 밸류에이션지표인 주가수익비율(PER)이 80을 넘는다. 이는 빅히트에 투자한 원금 회수에만 80년 넘게 걸리고, 수익률은 1.25%도 안 된다는 뜻이다. 무위험자산인 국채수익률이 1.5%이니 대한민국 정부보다 빅히트가 더 안전하다는 셈이다. 버블을 부정하는 노벨경제학 수상자 유진 파마도 고개를 갸우뚱할 듯싶다.

왜 공모가가 이토록 어이없이 형성되는 걸까. 두가지 요인이 있다. 첫째는 초저금리 시대의 저성장에 물린 개인들의 계층상승에 대한 수요이다.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 이들에게 주식은 투자가 아니라 복권이 됐다. 둘째는 공매도 금지로 인한 가격형성 기능의 상실이다. 공매도가 불가하니 투기적 수요만 가격에 반영된다. 주가 버블에 경종을 울릴 군중의 지혜가 사라진 주식시장은 한탕주의가 횡행하는 도박판이 되어 버렸다.

공모주 버블은 부의 불균형을 가속화할 수 있다. 과열된 공모주 투자는 부의 역진적 재분배이기 때문이다. 서민들이 한푼한푼 모아 지배주주에게 갖다 바치는 셈이다. 물론 공모시장에서 조달한 자금을 기업들이 훌륭히 재투자할 수도 있다. 하지만 거버넌스가 좋지 않아 지배주주의 탈법적 행위가 만연하는 한국시장에서 이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선결조건은 시장의 가격형성 기능 회복이다. 개인투자자들도 '묻지마' 공모청약을 삼가야 한다.

공모주 버블은 경제발전을 해칠 수 있다. 과열된 주식에 투자한 돈은 허공으로 사라지게 마련이다. 2000년대 초 인터넷 벤처 버블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닷컴버블이 꺼질 때 투자금은 허공에 사라졌고, 이는 곧 세계 경제불황으로 이어졌다. 공모주 시장이 도박판이 아니라 기업이 건전한 투자금을 조달하는 역할을 해야 경제는 발전할 수 있다.

공모주시장 과열이 우려스럽다. 부의 역진적 재분배를 촉진할 뿐 아니라 경제에 악영향을 끼친다.
배를 불리는 이는 대주주와 기관이요, 피 흘리는 자는 개인들이다. 먼저 주식시장의 가격결정 기능을 회복시켜야 한다. 투자자들도 공모주 투자가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최재원 美 일리노이대·연세대 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