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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탄소 중립

[fn스트리트] 탄소 중립
삼성물산은 지난 27일 이사회를 열어 '탈석탄'을 결의했다. 사진은 서울 강동구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옥./뉴스1
산업혁명 이래 150년 동안 지구 온도는 약 1도가 올랐다. 석탄과 석유,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를 마구 써댄 대가다. 겨우 1도 오른 게 대수냐고? 재작년 인천에서 열린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총회의 보고서를 보라. 지금보다 1도 더 오르면 전 세계 생물의 3분의 1이 멸종 위기에 내몰린다는 요지였다.

이런 대재앙을 피하기 위한 대안이 탄소중립이다.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배출량(+)과 제거량(-)을 셈해 순배출량이 0, 즉 '넷 제로'가 되는 상태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해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나아가겠다"고 선언했다. 120여개 국가가 시작한 '넷 제로' 대열에 동참하겠다는 것이다. 탄소배출을 줄여 '기후악당국'이란 오명을 씻겠다는 의지는 만시지탄이나 바람직하다. '세계의 공장'인 중국도 2060년 넷 제로를 선언했지 않았나.

다만 탄소중립이 어디 말처럼 쉬운가. 화석연료를 줄이는 만큼 대체에너지를 찾고, 탄소배출권을 구매하는 등 구체적 로드맵이 필수다. 문재인정부의 탄소절감 약속은 세부 대안들이 꼬이면서 공허해 보인다. 탈원전을 앞세우다 부족한 전력을 석탄·액화천연가스(LNG) 발전으로 메우는 식이니…. 태양광을 진흥한다며 탄소를 흡수할 숲을 베어내는 엇박자도 마찬가지다.

삼성물산이 지난 27일 '탈석탄'을 선언했다. 석탄 관련 투자·시공 및 트레이딩 신규 사업을 전면 중단하고 기존 사업도 완공·계약 종료 등에 따라 순차적으로 철수한다는 방침을 밝히면서다.
100% 탄소중립을 선언한 애플 등 글로벌 기업들의 기후변화 대응에 뒤지지 않겠다는 결기인 셈이다. 문득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이 생전에 "우리나라 기업은 2류, 정치는 4류…"라고 말해 설화를 입었던 기억이 난다. 정부보다 훨씬 알맹이 있는 삼성의 탄소절감 청사진을 보며 그의 말이 맞다는 생각이 든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