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거래허가제가 거래절벽 등 각종 부작용을 낳고 있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종합운동장 부지와 인근 아파트. /뉴시스
토지거래허가제의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서울 4개동 14.4㎢ 안에 사는 주민들은 맘대로 집을 살 수도, 팔 수도 없다. 기막힌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지역의 주택 매매 건수는 뚝 떨어졌다. 본지가 이틀 연속 파헤친 토지거래허가제의 문제점은 큰 반향을 불렀다(10월28일자 1면 "왜 더 큰 평수로 옮겨요? 이거 거래허가 못내줍니다", 29일자 1면 '이사도 마음대로 못가는 나라'). 부작용을 속히 바로잡아야 한다.
서울시는 지난 6월 도시계획위원회를 열어 강남구 삼성·청담·대치동, 송파구 잠실동 등 4개동 14.4㎢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지정 기간은 일단 내년 6월 22일까지 1년간이며 연장도 가능하다. 서울시의 결정은 범정부 차원의 6·17 대책과 보조를 맞춘 것이다. 당시 정부는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를 추가로 지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21번째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본지 보도에 따르면 부작용은 크게 세가지다. 먼저 거래절벽 현상이 나타났다. 대치동의 경우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전인 6월 매매거래가 135건이었으나 8월 7건, 9월 8건, 10월(27일 기준) 2건으로 떨어졌다. 전세도 끊겼다. 실입주가 아니면 집을 사고팔 수 없기 때문이다. 대신 주변 집값이 다락같이 올랐다. 풍선효과다.
진짜 문제는 시장경제 체제 아래서 내 집을 사고 파는 데 일일이 구청 허가를 먼저 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넓게 보면 이는 헌법이 보장한 거주·이전의 자유를 제한한다. 좁게 봐도 4개동만 핀셋 지정한 것이 과연 법률적으로 타당한지 의문이 든다. 토지거래허가제는 부동산거래신고법에 근거를 둔다. 제10조는 "국토의 이용 및 관리에 관한 계획의 원활한 수립과 집행, 합리적인 토지 이용 등을 위해" 국토교통부 장관 또는 시·도 지사가 허가구역을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따라서 이 제도는 신도시 또는 혁신도시처럼 대단위 개발을 앞둔 지역에 적용하면 딱 알맞다. 반면 도심 복판에 있는 4개동은 이미 개발이 다 끝난 곳이다.
부동산, 곧 땅과 집은 한국 사회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부동산에 공유재 성격이 섞여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정부가 시장에 수시로 끼어드는 것도 이같은 논리를 근거로 한다. 하지만 개입에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다.
시장경제의 근간마저 흔들어선 곤란하다. 서울 4개동에 적용한 토지거래허가제는 정책이라기보다 응징의 성격이 짙어 보인다. 분풀이 정책은 집값을 잡기는커녕 민심만 악화시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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