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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車노조는 '살려달라'는 협력사 호소 안들리나

[fn사설] 車노조는 '살려달라'는 협력사 호소 안들리나
기아차 노조는 지난 18일 사측과의 임단협 결렬을 선언하고 24일부터 27일까지 부분파업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기아차 광주공장의 정문 상징 조형물./뉴스1
한국GM에 이어 이번주엔 기아차 노조가 자동차 파업에 합세한다. 24일부터 27일까지 나흘간 부분파업을 강행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로써 기아차는 9년 연속 파업이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사측은 현대차 노사가 합의한 수준의 성과급 등을 제시했지만 노조는 단번에 걷어찼다. 노조위원장은 서울 양재동 본사 앞에서 삭발식까지 치렀다. 하지만 노조가 요구한 내용을 보면 현실감각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노조는 통상임금 확대, 60세 정년을 65세로 연장, 해고자 복직, 노동이사제 도입 등을 요구했다. 기아차는 코로나19 여파로 올 상반기 자동차 판매가 전년 대비 15%, 영업이익은 50% 가까이 줄었다. 노사가 똘똘 뭉쳐도 힘든 판에 노조 이기주의는 도무지 바뀔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번주 부분파업을 다시 이어가겠다는 한국GM 노조 역시 위기의식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본사의 투자보류 결정, 이어서 나온 철수경고에도 아랑곳없다. 24일부터 사흘간 또 파업을 벌이면 벌써 다섯번째다. 잔업, 특근도 거부한다. 추가 파업으로 빚게 될 생산차질 물량은 2만5000대에 이른다. 경영실적은 참담하다. 2014년 이후 적자를 면치 못하는 기업에서 노조는 사측의 1인당 700만원 성과급 제안을 뿌리치고 2000만원 지급을 내세우고 있다. 협상주기 연장 거부, 기본급 인상도 요구사항이다. 이런 지경이니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이 한국에서의 장기적 미래가 의심된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상황이나 대외환경은 안중에도 없고 눈앞의 이익에만 집착하는 대기업 강성 노조의 관행은 고질적이다. 자동차 노조는 갑이다. 그 피해는 을인 협력사에 고스란히 돌아간다. 광주상공회의소는 지난 21일 성명을 내고 기아차 파업 결정으로 광주 250여개 협력사가 벼랑 끝에 내몰리게 됐다며 파업 철회를 촉구했다. 한국GM 협력업체 모임은 앞서 '살려달라'는 제목의 입장문까지 냈다. 자동차산업은 기존 패러다임이 통째로 바뀌는 대전환기에 놓여 있다.
눈앞의 이익에만 매달릴 시간이 없다. 기업이 있어야 노조도 있다. 코로나 위기 속에 벌어지는 자동차 연쇄파업은 보기에 참 불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