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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임덕' 트럼프에 등 돌린 G20 정상들

'레임덕' 트럼프에 등 돌린 G20 정상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 스털링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 클럽에서 골프 카트를 운전하고 있다.로이터뉴스1


[파이낸셜뉴스] 올해 화상회의에 모인 주요20개국(G20) 지도자들이 임기가 약 2개월 남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외교 정책을 면전에서 반박하며 등을 돌렸다. 임기 중 마지막 국제 행사에 참석했던 트럼프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회의 중에 골프를 치러 떠났으며 동시에 내년도 G20 정상회의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의장국으로 나선 이번 G20 회의는 코로나19로 인해 화상으로 21~22일(현지시간)에 걸쳐 열렸다. 사우디의 살만 빈 압둘아지즈 국왕은 21일 수도 리야드에서 진행한 개막 연설에서 "우리는 현재 혹은 미래의 문제점에 맞서 보다 효율적인 미래 다자간 무역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세계무역기구(WTO)의 미래에 관한 '리야드 계획'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는 2018년부터 무역전쟁을 가속하면서 WTO가 미국을 불공정하게 대한다고 비난하고 다자간 무역체제에서 탈퇴할 수도 있다고 위협했다. 살만의 이번 발언은 트럼프의 입장과 반대였다. 이어 칼리드 알 팔리 사우디 투자장관 역시 부속 회의에서 "세계가 코로나19에 대응해 지도력을 필요로 했을 때 그러한 것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일부 국가가 "국수주의로 기울었다"고 말했다.

사우디는 이란을 견제하기 위한 트럼프 정부의 중동외교 핵심 축으로 트럼프가 취임 이후 첫 방문한 곳이기도 하다. 특히 트럼프는 최근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 중동국의 수교를 주선하며 이란 포위망을 건설했고 사우디에게도 이스라엘과 수교를 압박하고 있다. CNN은 23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사우디를 방문할 예정이나 일정이 단축될 것이라며 사우디에 대한 트럼프 정부의 압박에 맥이 빠졌다고 지적했다.

이날 사우디의 앙숙인 동시에 트럼프의 비호를 받던 터키 역시 사우디 편을 들어 임기가 거의 남지 않은 트럼프에게 반기를 들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터키는 WTO의 원칙 아래 공정한 경제 성장과 부의 배분이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과 임기 내내 무역 문제로 다투었던 트럼프는 그동안 마찬가지로 EU와 사이가 좋지 않았던 에르도안을 옹호했다. 그는 터키의 러시아 무기 수입과 시리아 침공을 사실상 방치했다. 지난해 시리아 난민을 EU로 보내버리겠다고 위협했던 에르도안은 트럼프와 관계에 선을 그은 다음날 집권당 행사에서 "터키는 뗄 수 없는 유럽의 일부"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트럼프 임기 중반부터 사이가 급격하게 틀어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1일 G20 연설에서 트럼프가 탈퇴한 세계보건기구(WHO)를 언급하고 "WHO의 권고는 코로나19 백신의 공정한 우선순위 배분과 효과 보장면에서 매우 귀중하다"고 강조했다. G20은 22일 채택한 공동선언에서 트럼프가 탈퇴한 파리 기후협정을 언급하고 "기후변화 등 시급한 환경 과제 해결을 위한 우리의 지원을 재확인한다"고 선언했다. 이어 "파리 협정에 따라 신흥시장의 저탄소 적응 및 탄소 감축 노력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트럼프는 G20 이웃들의 눈총에도 내키는 대로 행동했다. 그는 21일 화상 회의 중에 자리를 떠났으며 이달 대선 불복에 대한 트윗을 썼다. 그는 이후 버지니아주 스털링에 위치한 자기 소유의 골프장에서 포착됐다. 트럼프는 22일 오후까지 골프를 치다 백악관으로 복귀했다.
트럼프는 G20 회의 가운데 2차례 연설을 했으며 21일 연설은 비공개로 진행됐고 22일 연설은 사전에 녹화된 화면이었다. 그는 녹화된 연설에서 파리 기후협정의 부당함을 역설했다. 백악관은 G20 회의 폐막과 함께 성명을 내고 "대통령은 이번 G20 회의에서 사우디가 보여준 지도력에 감사하며 내년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와 관련해 이탈리아와 협력하길 바란다"고 발표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