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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석훈과 김강률의 한국시리즈 [성일만 야구선임기자의 핀치히터]

지석훈과 김강률의 한국시리즈 [성일만 야구선임기자의 핀치히터]
지석훈과 김강률의 한국시리즈 [성일만 야구선임기자의 핀치히터]
지석훈/뉴시스
지석훈과 김강률의 한국시리즈 [성일만 야구선임기자의 핀치히터]
김강률/뉴스1
당초 이번 한국시리즈는 '양의지 시리즈'로 예상됐다. NC 공수의 핵 양의지의 활약 여부에 따라 시리즈의 향방이 결정될 것이라는 의미였다. 그러나 정작 뚜껑을 열자 박세혁(두산)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2차전 김민규(두산), 3차전서는 김재호(두산)가 돋보였다. 4차전은 20살 선발투수 송명기(NC)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사랑스러웠다. 4차전을 끝낸 현재 2승2패. 시리즈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21일 벌어진 4차전부터는 두 노장 선수에게 조금씩 눈길이 갔다. 화려하지 않아서 그동안 잘 보이지 않았던 선수들이다. 프로야구 18년차 지석훈(36)은 선발 3루수로 출전했다. 그동안 1179경기를 치렀지만 한국시리즈 선발은 처음이다.

두산 김강률(32)은 팀 내 투수 가운데 유희관(34) 다음으로 나이가 많다. 이날 선발이었던 김민규(21)보다는 11년 선배다. 20일 3차전에 이어 이틀 연속 등판했다. 지석훈은 양팀 통틀어 가장 베테랑 선수. 이번 시리즈를 지켜보면서 지석훈에게 세 번 놀랐다. 지난 17일 1차전. NC가 5-3으로 앞선 9회 초. 무사에 나온 선두타자 김재호가 삼유간 총알 같은 땅볼 타구를 날렸다. 대수비로 나온 3루수 지석훈이 멋지게 다이빙 캐치 1루에서 아웃. "살아있네."

나머지 두 번은 21일 4차전에서다. NC가 2-0으로 앞선 1사 1루. 1승2패로 몰린 NC로선 4차전 패배는 곧 시리즈 전체를 잃는 것을 의미했다. 두 점차로 앞서긴 했으나 쫓기는 마음은 NC 쪽이 더 엄중했다. 9번 타자 지석훈의 타석. 지석훈은 전날 손가락 부상으로 박석민이 갑자기 전선을 이탈하자 4회부터 대수비로 나왔다. 지석훈은 5회와 7회 두 타석서 연속 삼진을 당했다. 큰 경기인데 얼마나 민망했을까. 그래도 팀 내 가장 베테랑이라면서.

지석훈은 4차전 1사 1루서 보내기 번트를 댔다. 1루 주자는 2루까지 갔다. 그러나 이 번트는 희생타로 기록되지 않았다. 희생번트 상황이 아니기 때문. 말 그대로 자신을 희생시켰다. 지석훈은 그동안 한국시리즈서 단 한 개의 안타도 기록하지 못했다. 개인적으론 얼마나 안타를 쳐내고 싶었을까. 그러나 그는 묵묵히 주자를 2루에 보내는 것으로 만족했다. 혹 병살타라도 나오면 어떻게 하나. 나보다 더 잘 치는 1번 타자 박민우에게 기회를 주자. 팀을 생각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9회 지석훈의 앞 타자가 다시 안타를 쳤다. 보내기 번트는 더 이상 할 수 없었다. 이번엔 2사였기 때문. 지석훈은 두산 투수 이승진의 빠른 공을 두들겨 2루타를 만들었다. 생애 첫 한국시리즈 안타였다. 타점까지 올려 NC에 3-0 리드를 안겨주었다.

이 경기서 두산은 8명의 투수를 마운드에 올렸다. 김강률은 네번째 투수였다. 전날 2⅔이닝 무실점 호투한 것이 김태형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김강률은 2017년 7승2패7세이브12홀드를 기록한 투수다.

그러나 팀이 최근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주 가을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2017년 네차례가 전부였다. 끊임없는 부상이 그를 괴롭혔기 때문이다.
김강률은 20일 3차전서 5번째 한국시리즈 마운드에 올랐다. 4회 2사 1, 2루서 맞은 첫 타자가 양의지였다. 결과는 삼진. 아무래도 이번 한국시리즈는 '지석훈' '김강률' 시리즈로 기억에 남을 것 같다.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