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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설익은 남북경협, 기업 등 떠미는 일 없길

[fn사설] 설익은 남북경협, 기업 등 떠미는 일 없길
인영 통일부 장관이 23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통일부-경제계 인사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뉴시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23일 재계 관계자들을 만나 남북 경제협력 관련 의견을 나눴다. 이 장관은 "남북 경협이 생각보다 빨리 이뤄질 수도 있을 것"이라며 정부·기업의 만남을 정례화하자는 제안도 했다. 북한이 앞으로 경제발전을 최우선 목표로 둘 것인데 우리가 다른 나라보다 앞서서 전략적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 장관이 경협으로 언급한 개성공단이 2016년 폐쇄된 이유는 북한 핵실험 때문이었다. 갑자기 공장이 멈추면서 기업들이 큰 손실을 봤다. 모든 이들의 염원대로 북한의 비핵화 노력이 전제된다면 경협 재개야말로 환영할 만한 일이다. 국제사회가 정한 선(先)비핵화·후(後)제재완화 원칙에도 부합한다. 하지만 북한의 행태는 전혀 다르게 흘러왔다. 향후 달라질 기미도 별로 보이지 않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작년 2월 하노이 노딜 이후 북한은 비핵화 성의는커녕 오히려 청와대를 향해 "삶은 소대가리" "겁먹은 개" 등 온갖 막말을 퍼붓고 무례를 서슴지 않았다. 지난 6월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파괴했다. 도대체 북한이 왜 그런 만행을 저지른 것인지 국민은 지금도 그 정확한 이유를 알지 못한다. 이 장관이 이날 부른 기업인들은 2018년 9월 평양에서 열린 제3차 남북정상회담 때 방북했던 이들이다. 당시 기업 총수들이 겪은 수모도 잊을 수가 없다. 삼성·SK·LG 총수 등은 옥류관에서 냉면을 먹는 자리에서 이선권 당시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장으로부터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느냐"는 어처구니없는 말을 들어야 했다.

문재인정부의 대북 기조는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 출범과 함께 재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초대 국무장관에 대북 강경파인 토니 블링컨 전 국무부 부장관을 임명할 것이라는 현지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블링컨은 김정은을 최악의 폭군, 북한을 세계 최악의 수용소 국가라고 언급하며 트럼프 정부의 대북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했던 인물이다. 경협과 제재완화는 확고한 북핵 로드맵에 따라 순서대로 가는 게 맞다. 섣부른 경협구상에 기업을 끌어들이는 일은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