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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 말뿐인 '백신 공평 분배'… 탄소제로는 '동상이몽'

내년 백신물량 美·EU 등 차지
시진핑, 2060년 탄소중립 선언
트럼프, 파리기후협약 탈퇴 옹호

G20, 말뿐인 '백신 공평 분배'… 탄소제로는 '동상이몽'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이틀째인 22일 화상을 통해 보이는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각국 정상들이 22일 청와대에서 2020년 G20 화상 정상회의(2일차)에 참석해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의 발언을 듣고 있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베이징·도쿄·서울=정지우, 조은효 특파원 윤재준 기자】 주요 20개국(G20) 정상들이 코로나19 백신의 공평한 배포와 전세계 탄소 배출 억제를 두고 '동상이몽'을 보였다.

지난 21~22일(현지시간) 주최국 사우디아라비아의 주도로 화상으로 진행된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 참가국들은 환경보호와 글로벌 경제 지원과 함께 코로나 바이러스 대책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뤘다.

일단 G20 정상들은 코로나19으로부터 전세계 생명을 보호하고 원활하게 백신을 제공하기로 합의했다. 참가국들은 채택한 공동선언문을 통해 코로나 백신과 치료제, 진단기구가 전 세계 모든 주민들에게 공평하게 제공될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또 백신 공동 구매와 보급을 위한 프로젝트인 '코백스(COVAX)'에 대한 지지를 나타냈다.

그러나 회원국들은 코백스 문제부터 엇박자를 보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참가를 거부했으며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가난한 나라들을 위한 백신공급을 위한 재정적 지원을 약속하면서도 재원이 더 필요하다고 기자들에게 밝혔다.

러시아는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 자체 개발한 백신을 홍보의 자리로 활용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회의 기간중 "백신은 우리의 공통된 목표"라고 강조하며 "러시아는 백신이 필요한 국가들에게 스푸트니크V를 제공할 준비가 돼있다"고 말했다. 또 스푸트니크V외에 두번째와 세번째 백신도 준비하고 있다고 홍보했다.

■'공허한' 백신 공평제공 합의

AP통신은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이 제약사들과 백신 확보를 위한 협상을 이미 함으로써 내년도 세계 공급량은 이들 국가들이 사실상 차지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는 이르면 미 식품의약국(FDA)의 백신 승인이 예상되는 다음달 중순부터 접종을 시작한다.

탄소배출권을 두고서도 각국의 의견이 조금씩 달랐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G20 둘째 날 정상회의에서 "중국은 2030년 전까지 탄소 배출량 정점을 찍고 2060년 이전에 탄소 중립을 실현할 것"이라며 "중국은 말하면 반드시 행한다. 확고히 실천할 것"이라고 재차 밝혔다.

시 주석은 지난 9월 유엔총회 연설에서 처음으로 '탄소 중립'을 약속했다. 특정 시기까지 실질적인 탄소 배출량을 '0'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현 가능성을 놓고 비판적인 지적이 잇따랐다. 중국은 현재 전력생산의 60% 이상을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다. 또 올해 상반기에만 세계 신규 화력발전소의 60%이상이 중국에 건설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는 막대한 자금을 들여 석유화학 프로젝트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화력발전과 석유화학은 통상 30~40년짜리 장기 계획이다.

중국과 함께 세계 3대 탄소배출경제권인 미국이나 유럽연합(EU)과 비교해도 중국의 목표는 비현실적이다. 미국은 2005~2007년 탄소배출이 정점을 찍은 뒤 이후 10년 간 10% 감축했고 EU도 1990년 이래로 32% 줄이는데 그쳤다. EU는 2030년까지 45%까지 감축한다는 계획이다.

■탄소제로도 각국 이견

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같은 자리에서 파리기후협약이 불공평하다며 자신의 재임 기간 이뤄진 협약 탈퇴를 옹호했다. 미국은 지난해 11월 4일 파리기후협약에서 1년 뒤 탈퇴한다고 통보했으며 이달 초 협약에서 공식 탈퇴, 협약 서명국 중 첫 탈퇴 국가가 됐다. 다만 조 바이든 당선인이 재가입을 공언한 상태다. 미국은 중국에 이어 세계 탄소배출량 2위국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수백만 개의 미국 일자리를 포기하고 세계 최악의 오염 유발자들과 환경 범죄자들에게 수조 달러의 미국 달러를 보내는 것을 거부한다"면서 "파리협약은 환경을 보호가 아니라, 미국 경제를 죽이기 위해 고안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협약을 탈퇴했지만 환경 개선은 실천해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내 행정부에서 환경 관리는 신성한 의무"라면서 "파리협약에서 탈퇴한 이후 미국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탄소 배출량을 줄였다"고 말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도 2050년까지 탄소실질 배출량을 제로(0) 수준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재천명했다. 이같은 목표는 문재인정부가 이미 내놓은 2050년 탄소 배출 제로 공약과 같은 것이다.

jjw@fnnews.com 정지우 조은효 윤재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