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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정부는 빵 굽지 말고 정책을 바꿔라

[fn사설] 정부는 빵 굽지 말고 정책을 바꿔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11월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뉴스1
전월세 가격이 갈수록 치솟고 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11월 서울 아파트 월세 가격은 전달보다 1.06% 올랐다. 석달 째 오르고 있다. 관련통계 작성 이후 1%를 넘긴 건 처음이다. 수도권은 0.85% 올라 역대 최고치였다. 월세 급등은 전셋값이 부추겼다. 11월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2.77% 올랐다. 2009년 9월 이후 11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전국적으로는 0.66% 뛰었다. 14개월 연속 수직상승 중이다.

전월세난 주범이 임대차 2법이라는 건 누구나 다 안다. 올 7월 말 주택임대차보호 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 시행 이후 전세물량은 아예 씨가 말랐다. 정부는 지난 3년 반 동안 24차례나 부동산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현실은 전세난민을 양산했을 뿐이다. 정부의 헛다리에 민심도 흉흉하다. 전월세난은 정책의 부작용 때문인데 정부는 오히려 시장만 탓한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아파트 공급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아파트가 빵이라면 제가 밤을 새워서라도 만들겠지만 당장은 어렵다"고 했다. 사람들은 맛있는 빵을 원한다. 직장에서 가깝고, 교통이 편하며, 학군이 좋은 곳이라면 더할 나위 없다. 맛있는 빵집은 많을수록 좋다. 경쟁이 치열할수록 소비자는 맛있는 빵을 싼 값에 살 수 있다. 정부는 지난달 임대주택 11만채 공급이 핵심인 24번째 부동산대책을 내놨다. 번지수가 한참 틀렸다. 서민들은 맛있는 빵을 원하는데 고작 빈집이나 호텔 등 맛없는 빵을 주겠다고 하니 누가 반기겠나.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은 1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인기 있는 빵집에 인기 있는 빵이 오후에도 퇴근시간에도 항상 구비돼 있다면 아침부터 빵집 앞에서 아우성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지금 정부는 재건축 규제 등으로 빵집이 빵을 굽는 것조차 방해한다. 빵은 굽지 못해도 이 정책은 바꿀 수 있다.
전월세난은 정책이 낳은 부작용이다. 이제라도 정부는 잘못을 인정해야 한다. 임대차 2법 손질이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