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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법원의 현명한 판단, 항공 빅딜 길 텄다

기간산업 생존에 무게
구조조정 롤모델 기대

[fn사설] 법원의 현명한 판단, 항공 빅딜 길 텄다
인천국제공항 전망대에서 바라본 계류장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나란히 서있다./뉴시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통합이 첫 고비를 넘겼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재판장 이승련)는 1일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가 낸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이로써 양대 항공사 통합의 최대 걸림돌이 제거됐다. 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존중한다.

지난달 중순 KDB산업은행은 부실 아시아나항공을 대한항공에 매각한다는 구조조정 계획을 밝혔다. 당초 아시아나를 인수하려던 HDC현대산업개발과의 딜이 깨진 뒤에 나온 고육책이다. 산은이 대한항공 지주사인 한진칼에 8000억원을 지원하면 한진칼이 다시 대한항공을 지원하는 구조다. 이를 두고 특혜 논란이 일었다. 한진칼을 놓고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KCGI가 주축이 된 3자 연합 간에 경영권 다툼이 있기 때문이다.

산은은 줄기차게 항공이라는 국가 기간산업을 살리려면 양사 통합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을 폈다. 4년 전 한진해운 파산이 반면교사가 됐다. 특히 이동걸 산은 회장이 총대를 멨다. 이 회장은 지난달 19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특혜를 인정했다. 하지만 그 특혜는 "재벌을 위한 특혜가 아니라 항공업을 위한 특혜이고,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특혜"라고 호소했다. 법원은 이 같은 산은의 주장에 더 높은 점수를 주었다.

사실이 그렇다. 문재인정부는 재벌개혁을 국정과제로 추진한다. 더구나 한진그룹 일가는 갑질 논란 등으로 여론이 썩 좋지 않다. 정부가 대놓고 특정 재벌 총수를 상대로 특혜를 베푼다는 것은 상상하기조차 힘들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7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혈세를 줄이고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선 합병 외엔 다른 방안이 없다"고 말했다. 코로나 사태가 터진 뒤 국내외 항공산업은 존폐의 위기를 맞았다. 항공산업 종사자 수만명의 일자리가 경각에 달렸다. 이런 현실을 직시한다면 특정인에 대한 특혜 논란은 오히려 사치다.

이제 대한항공·아시아나 통합은 공정거래위원회의 독과점 심사를 거쳐야 한다. 범정부 차원에서 내린 결정인 만큼 무리 없이 진행될 걸로 믿는다.

산은에 한가지 당부한다. 산은은 한진과 맺은 투자합의서를 통해 경영을 견제하는 장치를 마련했다. 혈세를 투입한 만큼 일정한 간섭은 불가피하다.
다만 우리는 산은이 기업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가운데 중장기 실적으로 경영진을 평가하는 인내심을 보이길 바란다. 그것이 길게 보면 대한항공과 산은 모두가 이기는 전략이다. 대한항공·아시아나 통합이 대기업 구조조정의 모델로 정착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