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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잃어버린 30년, '빠른 추격자' 韓 5년 내 기술력도 추월한다

日 잃어버린 30년, '빠른 추격자' 韓 5년 내 기술력도 추월한다

[파이낸셜뉴스] 일본 경제가 30년 동안 늪에서 허우적대는 동안 일본의 노하우를 흡수한 한국은 한강의 기적을 이뤄냈다. 1990년대 '빠른 추격자'였던 한국은 일본의 주력 산업에 하나하나 깃발을 꽂으며 어느덧 수출 규모까지 넘보는 국가로 성장했다. 기술 원조를 해주던 나라에 자존심을 구긴 일본은 지난해 한국의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분야에 수출규제를 단행했다. 하지만 우리 기업과 정부가 똘똘 뭉쳐 빠르게 수입선을 다변화하고 국산화를 성공시키면서 일본의 실력행사를 방어했다. 5년 안에 한국은 주요 산업에서 일본의 마지막 보루인 기술력마저 앞설 것으로 관측된다.

■시장도 기술력도 다 따라왔다
3일 한국경제연구원이 한국의 9대 수출 주력산업별 양국의 세계 시장점유율을 조사한 결과 2000년 1위 산업 개수는 일본이 6개, 한국이 2개였지만 지난해에는 일본 1개, 한국 1개로 각각 나타났다. 또 2024년께는 일본은 1위 산업이 없을 것으로 전망됐다.

20여년 전 일본의 주력산업이던 철강, 조선, 자동차, 전자 등이 이제는 한국의 주력산업이 됐다. 9대 주력산업 전 분야에서 일본의 점유율은 20년간 하락세를 지속했다. 특히 원천기술을 보유했으나 후발주자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밀린 메모리 업계는 점유율이 6%대까지 떨어졌고, 자동차와 철강, 조선, 전자 등도 우리 기업의 눈부신 성장 속에 1위 자리에서 속속 밀려났다.

한국을 100으로 가정하고 9대 주력업종 기술경쟁력을 비교하면, 2000년 일본은 113.8로 상당한 우위를 보였지만 현재는 102.8 수준까지 좁혀졌다. 이재수 전경련 팀장은 "2024년쯤에는 일본 97.4로 한국의 기술력이 비교우위를 점할 것"이라며 "하지만 자동차(117.4), 섬유(116.3), 석유화학(108.3), 일반기계(107.1) 등에서는 여전히 일본이 앞설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2019년 일본은 한국에 대한 소·부·장 수출규제를 시행했지만 당초 우려와 다르게 1년 반이 흐른 지금은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 SK머티리얼즈는 초고순도 불화수소 가스를 양산했고, 솔브레인은 액체 불화수소 대량 생산했다. 미국 듀폰은 국내에 극자외선(EUV) 포토레지스트 공장을 투자했다. 이에따라 수출규제 이후 포토레지스트와 불화수소의 일본 수입의존도는 각각 6.1%, 33.0% 하락했고, 벨기에와 대만이 포토레지스트와 불화수소의 제2위 수입국으로 부상했다. 현재로선 수출규제 조치는 일본경제에 부메랑이 된 셈이다.

日 잃어버린 30년, '빠른 추격자' 韓 5년 내 기술력도 추월한다

■아베도 못살린 잃어버린 30년 '반면교사'
1990년 초 버블붕괴 후 일본은 30년에 걸친 1%대 장기 저성장이 계속되는 가운데 디플레이션(장기 물가하락) 탈출도 요원한 상황이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도 3만 달러대에서 정체 중이다. 2013년부터 무한정 돈을 찍어내는 '아베노믹스'로 반전을 꾀했지만 6년간 1.2% 성장에 그치면서 용두사미로 끝났다.

국가경쟁력이 훼손되면서 일본 기업들도 나날이 나빠졌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에 따르면 일본의 국가경쟁력은 1990년대 초반 1위에서 중반 10위권으로 하락 후 최근에는 20위권 중후반 수준에 머물고 있다. 포춘 글로벌 500대 기업 수도 일본은 1995년 148개에서 2019년 52개로 급감했다. 노동생산성 상승율은 0%로 심각한 수준이다.

일본의 경제 상황을 반면교사 삼아 불확실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가 일본의 주력산업을 차지한 것처럼 중국이 우리를 강하게 위협하고 있어서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는 "현재 우리 여건에서 일본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은 낮지만 장기 저성장 국면에 진입한다면 일본이 겪고 있는 다양한 문제점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협력실 실장은 "기존 주력품목 수출 비중이 낮아지고 신성장 품목 수출이 꾸준한 증가 추세"라며 "코로나 상황에서 오히려 세계시장에서 먹힐 수 있는 신규 유망품목의 꾸준한 발굴과 지원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