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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월성 원전 수사, 막을수록 의혹만 키운다

[fn사설] 월성 원전 수사, 막을수록 의혹만 키운다
3일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 출입문으로 직원이 들어가고 있다. 검찰은 지난 2일 월성 1호기 관련 내부 자료를 삭제하는 데 관여한 산업부 공무원 3명을 대상으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 뉴스1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수사가 정국을 흔드는 태풍의 눈이 됐다. 2일 대전지검은 월성 1호기 관련 내부자료를 무더기 삭제한 데 관여한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 3명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법원 결정으로 직무정지에서 복귀한 다음 날인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이용구 신임 법무부 차관을 전격 임명했다. 이 차관은 원전 사건의 피의자인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의 변호인 이력으로 인해 논란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이처럼 정치적 공방이 확산되는 분위기는 바람직하지 않다. 올해 10월 감사원 감사 결과를 보라. 정부가 월성 1호기 폐쇄를 결정하면서 큰 흠결을 남겼다는 요지다. 이 원전은 애초 한국수력원자력이 5900여억원을 투자해 2022년까지 가동연장을 승인받았다. 하지만 현 정부 들어 경제성이 낮다는 이유로 가동을 중단했다. 이 과정에서 공직자들이 경제성을 조작했다면 기회비용을 포함해 천문학적 국고손실이 수반되는 국기문란 행위다. 이런 혐의를 검찰이 수사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도 수사 과정에서 정치적 논란과 잡음이 무성하다. 감사원 감사 전날 PC에 저장된 원전 가동중단 관련 문건 444개를 폐기한 공무원은 검찰이 '윗선'을 묻자 "신내림을 받은 것 같았다"고 둘러댔다. 당시 산업부나 청와대 고위층의 개입 의혹만 외려 증폭시키는 궤변이다. 특히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 총장을 직무정지시킨 다음 날 정세균 총리가 산업부를 찾아 '적극행정상'을 포상한 것도 오해를 살 만했다.

지금 당·정·청이 원전 수사에 정치적 색깔을 덧칠하는 건 자충수일 뿐이다.
탈원전 정책은 문재인정부의 공약이므로 절대 손을 대서는 안 된다는 불통의 논리가 그렇다. 이런 오만함이 쌓여 문 대통령의 국정지지율(리얼미터)이 3일 최저치(37.4%)로 추락한 게 아니겠나. 과거 이명박정부의 한반도대운하 공약도 선거 후 국민 여론이 추인을 거부했다. 더욱이 탈원전의 정당성 여부가 아닌 경제성 조작 혐의가 이번 수사의 본질이다. 만일 이 신임 법무차관이 윤 총장 징계위에 적극 참여한다면 원전 수사를 방해하는 인상을 줄 뿐임을 유념하기 바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