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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정부는 광내고 부담은 기업이 지는 탄소중립

차세대 원전은 쏙 빠져
기업들 불만 경청하길

[fn사설] 정부는 광내고 부담은 기업이 지는 탄소중립
조명래 환경부장관이 8일 제1차 탄소중립·그린뉴딜 전략대화에 참석해 전날 발표된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의 부문별 후속조치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뉴스1
정부가 7일 범부처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내놓았다. 문재인 대통령의 '2050년 탄소중립 선언'에 화답한 것이다. 그러나 거창한 목표만 보일 뿐 이를 달성하기 위한 로드맵이나 재원대책은 빠졌다는 평가다.

특히 '경제구조 저탄소화' '저탄소 산업 생태계 조성' '탄소중립 사회로 공정전환' 등 3대 정책 방향 속에 기후대응기금과 탄소세 등 기업이 부담해야 할 복병이 숨어 있어 업계의 속앓이도 커지고 있다.

탄소중립은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 흐름이다. 하지만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량을 제로로 만든다는 게 쉬운 일인가.

한국은 제조업, 특히 철강·정유 등 탄소 다배출 업종 비중이 높은 산업구조라 큰 출혈을 감수해야 한다. 그런데도 정부는 배출권거래제 개편과 탄소세 도입, 전기요금 개편 등 구체안은 추후 과제로 넘겼다. 임기 말 문재인정부가 생색은 내고 실행방안은 다음 정부와 기업이 찾으라는 자세다.

국내에서 탄소는 약 80%가 발전 등 에너지 분야에서 배출된다. 그럼에도 정부안에서 에너지 전환 로드맵이 빠진 게 문제다. 탄소배출이 '0'에 가까운 원전을 탈원전 정책을 고집하느라 배제하니 대안이 안 보이는 셈이다. 미국 등 선진국들이 탄소배출 제로로 가는 현실적 수단으로 차세대 원전 비중을 높이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심지어 우리보다 탄소중립 목표연도가 10년 뒤인 중국도 원전굴기에 나섰는데 말이다.

정부는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석탄발전을 대체한다지만 전문가들은 회의적이다. 천문학적 비용에다 국토의 70%가 산지인 우리 여건에도 맞지 않아서다.

더욱이 산업연구원의 최근 연구 결과를 보라. 철강·시멘트·석유화학 3개 업종에서만 탄소중립 비용으로 2050년까지 최소 400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됐다. 석탄 대신 더 비싼 천연가스 발전을 늘리면 탄소저감 효과는 미미하고, 전기료 인상도 불가피해진다. 국내 주력산업이 엎친 데 덮친 격 악재를 맞을 게 뻔하다.

사실 탄소중립은 세계 각국이 공히 힘겨워하는 이슈다.
정부가 "전 국민이 동참한 외환위기·금융위기 극복 저력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등 뜬구름 잡는 말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이제라도 주요국처럼 기업 피해를 더는 데 초점을 맞춘 실행계획을 짜야 한다. 무엇보다 큰 부담을 떠안게 될 산업 현장의 목소리부터 경청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