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성 고려해 용적률 확대해야
용적률 거래로 1000%로 확대 가능
용도지역 지정제 지역별 세분화 필요
생애주기별 맞춤형 주택체계 완성
청년·신혼부부 위한 ‘청신호’
도심 내 좋은 주택 꾸준히 늘릴것
일자리 빠진 공공주택개발은 실패
도시재생 첫번째 요건은 ‘일자리’
마곡지구 IT·신기술 단지처럼
산업+주택 함께 가야 성공
김세용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사장이 16일 서울 개포로 SH공사 본사에서 파이낸셜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SH공사 제공
"향후 10년간 서울의 모습은 1~2인 가구가 늘어나고 고령화가 심해지면서 작은 생활권이 촘촘하게 모여있는 형태로 바뀔 겁니다. '올인빌(all in vill·집 근처에서 쇼핑, 취미생활, 교육, 휴식 등의 활동을 모두 할 수 있도록 조성된 마을)'이 대세가 될 겁니다. 이같은 흐름에 맞춰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도 '주택공급자'에서 '동네를 형성하고 관리하는 코디네이터'로 역할을 확장해야 합니다." 김세용 SH공사 사장은 16일 서울 강남구 개포동 SH공사 본사에서 가진 파이낸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SH의 미래상을 이렇게 밝혔다. 그는 "SH공사가 지난 30년간 주택공급에 매진했다면 앞으로는 도시 관리·운영에도 신경써야 한다"며 "외국 대도시 개발공사들이 다수 파산한 것처럼 주택공급에만 매달리면 생존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올해 창립 31주년을 맞은 SH공사는 2018년 김세용 사장 취임 이후 공간복지와 스마트시티, 컴팩트시티, 생애주기별 맞춤 주택 브랜드 등을 추진하고 '스마트시민기업'으로 발전하기 위해 '시민주주단'을 발족하는 등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SH공사에서 첫 엔지니어 출신 사장으로 3년 임기를 채워가는 그에게서 SH공사의 나아갈 길과 도시개발관리 방향 등에 대해 들었다. 다음은 김 사장과의 일문일답.
대담 = 최갑천 건설부동산부장
―취임한지 만 3년이 다돼간다. 그간 소회는.
▲취임 첫 해인 2018년 처음 맞닥뜨린 이슈가 그린벨트 해제 문제였다. 당시 현 정부 출범 이후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대책으로 그린벨트 해제안이 떠올랐는데 실증적으로 따져보니 실익이 없었다. 인프라 비용은 드는데 나올 수 있는 신규 주택 수는 적기 때문이다. 그린벨트 해제와 일반 아파트 재건축을 제외하고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나온 게 '컴팩트시티'와 임대주택 재건축이다. 나대지가 없는 상태에서 도시 내 저이용되고 있는 공공시설부지를 활용해 주택을 공급하자는게 '컴팩트시티' 컨셉트다. 현재 북부간선도로 상부 인공대지 조성을 통한 공공주택사업(신내4), 빗물펌프장 입체복합화를 통한 공공주택 복합개발(연희·증산), 버스차고지 복합개발을 통한 도심 청년주택공급(장지,강일) 사업 등이 진행되며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2019년 청신호, 2020년 연리지와 누리재, 에이블랩 브랜드를 연이어 발표했다. 생애주기별 주택공급에 대한 구상은.
▲1~2인 가구가 급속히 늘어나는 상황에서 '1~2인 주택시장에서 세계 최고가 되보자'는 마음으로 청년·신혼부부를 위한 특화 임대주택 브랜드 '청신호'를 2019년 1월 론칭했다. 일본 자동차기업 도요타가 글로벌 시장에서 저가 이미지를 벗기 위해 '렉서스' 브랜드를 만든 것처럼 말이다. 올해는 30~40대를 위한 지분적립형 분양주택 '연리지홈', 50~60대를 위한 연금형 주택인 '누리재' 등도 개발해 전 생애주기별 맞춤형 주택공급 체계를 완성했고 창업하는 청년들을 위한 공간인 '에이블랩'도 마련했다. 세대별, 계층별 세분화 작업이 더 필요하다.
―지분적립형 주택인 연리지홈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우려도 적잖게 나오는데.
▲지분적립형 주택은 정책 사각지대에 있는 30~40대를 위한 제도다. 소득 8~10분위는 국가 도움없이 집을 마련할 수 있고, 소득 1~4분위는 임대주택 지원 대상이 된다. 그러나 소득 5~7분위, 연령대로 보면 30~40대는 사회에서 어떤 지원도 받지 못하고 있다. 최근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해 집을 사는 사람들도 주로 30~40대 아닌가. 소득 5~7분위를 대상으로 로또 분양없이 자가주택을 마련할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시간이 지나면 획기적인 사건이라 평가받을 것으로 기대한다.
지분적립형 주택 관련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청약가점이 낮은 30~40대가 실제로 입주할 수 있느냐'인데 상당 물량에 추첨제를 도입해 당첨확률을 높였다. 재원조달 문제에 대해서는 지분적립형 주택이 분양방식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재원회수가 다 된다. 다만 단기적으로 초기자금이 문제가 되는데 부동산간접투자(REITs·리츠)를 활용해 조달할 예정이다. 거주이전의 문제도 없다. 입주자가 지금까지 낸 금액에 금리를 적용해 정산하고 중간에 나갈 수 있다. 매입임대주택처럼 가족 수가 늘어나면 큰 평수로 옮기는 방안은 마련해야 한다.
―지분적립형 주택 1호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강남 지역에서 나올 가능성이 높다. 지분적립형 주택은 처음부터 직장에서 가깝도록 설계됐다. 신도시에는 맞지 않다. 신도시는 동서양 모두 4~5인 가구를 위한 제도다. 가장이 (신도시에서 도심으로 출퇴근하며) 고생하면 나머지 가족 구성원이 행복해지는 구조다. 지금처럼 1~2인 가구가 전체 인구의 40%에 달하고 자녀를 낳지 않는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는 상황에서는 도심 내 좋은 주택을 많이 지어야 한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확산하면 비교적 주거비가 저렴한 교외로 이주하는 수요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하는데 아니라고 본다. 실제로 미국을 보면 코로나19로 인한 사망률이 교외보다 대도시에서 낮다. 의료서비스 수준과 소득 수준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인데 이 때문에 코로나19에도 사람들이 도시가 갖는 매력을 포기할 수 없으리라 생각한다. 이런 관점에서 SH공사의 청신호, 연리지홈, 컴팩트시티가 현실에 맞는 대안이다.
―컴팩트시티 확장 가능성은.
▲현재 신내4, 연희, 증산, 장지, 강일 등 5개 사업이 진행중이다. 동사무소 복합화까지 하면 10개가 넘는다. 확장 가능성은 많다. 동사무소만 해도 400개 이상이고 버스차고지도 31개에 달한다. 최근에는 소방서, 파출소 지구대, 우체국 등 여러 유형의 컴팩트시티를 발굴하고 있다. 이런 시설들은 대부분 교통이 좋은 곳에 위치하고 있어 1~2인 가구에 적합하다. 노후화돼 예산을 투입해 건물을 고쳐야 하는 시설들이 많은데 SH공사가 새로 건물을 지어주면서 나머지 용적률을 활용하면 된다. 소방서는 편의시설과 주택을, 파출소 지구대는 여성안심주택을 올리면 적절할 것 같다.
―도심개발과 함께 일자리 연계형 도시개발에 대한 소신을 밝혀왔다.
▲도시를 살리기 위해서는 산업구조를 어떻게 바꾸느냐가 핵심이다. 우리 사회에 '도시재생은 거버넌스'라는 믿음이 있다. 쇠퇴한 인프라를 바꾸는 것이라는 착각이 있다. 그러나 재생은 산업구조가 변하면서 죽어가는 도시를 살리는 것이라고 보는게 맞다. 1980년대 중화학 산업 도시들이 인건비 급등으로 무너지고 일자리가 사라지자 쇠퇴했다. 금융산업에서 해법을 찾은 미국 뉴욕이나 영국 런던처럼 관광산업이나 문화산업 등으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면 도시가 살아난다. 도시재생을 위해서는 일자리 창출이 첫 번째 요건이다. 그런 관점에서 태릉을 공공주택지구로 지정해 주택으로만 채우는 방식은 맞지 않다. 주민들도 반대하지 않는가. 마곡지구의 IT·신기술 단지, 홍릉의 바이오허브단지처럼 산업과 주택이 같이 들어가야 한다. 용산 정비창 부지도 마찬가지다. 어떤 일자리를 창출할지 고민한 뒤에 주택이 따라와야지 주택으로 다 채우고 나서 나머지를 고민해서는 안된다.
―일자리 연계형 개발이 가능하려면 민간기업 참여가 중요한데.
▲글로벌 기업들이 들어와야 한다. 먼저 글로벌 기업을 유치하는 쪽이 이기는 '제로섬 게임'이 전세계에 앞서가는 도시들 사이에 나타나고 있다. 파이는 커지지 않기 때문에 서로 뺏고 빼앗는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도 뒤쳐지지 않기 위해 우리에게 맞는 산업을 빨리 찾아야 하는데 이 부분이 약하다. 달라져야 한다.
―도시관리방안이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방식은 후진적이다. 바뀔 때가 됐다. 도시를 제대로 관리하려면 필연적으로 나올 수 밖에 없는게 '용적률 거래제'다. 용적률이 공공재라는 건 논란의 여지가 없다. 기존 용적률과 관계없이 추가로 올릴 수 있는 수준이 모두 같다는게 문제다. 보통 강남 지역 아파트는 160%, 강북은 250~260% 용적률인데 재건축을 통해 모두 300%까지 늘릴 수 있도록 했다. 합리적이지 않다. 뉴욕에서는 용도지역 내에서 현재 용적률이 100%인데 1000%까지 늘려 건물을 세우고 싶으면 아직 개발되지 않은 다른 지역에서 900%의 용적률을 사온다. 그만큼의 용적률을 사도 사업에 이득이 되느냐를 판단해 결정하면 된다. 용적률 거래제가 가능하려면 현재 용도지역 지정제도를 바꿔야 한다. 종세분화가 동반되야 한다.
우리나라의 용도지역 지정제도는 너무 단순하다. 서울의 경우 전용지역에서 준주거지역까지 용도지역 기준이 6개에 불과하지만 뉴욕은 60여개에 달한다. 용도지역 지정제도를 재편해 세세하고 정교하게 도시개발관리를 해야 한다.
■ 약력
△1965년 전남 광주 출생 △고려대 건축공학 학사 △서울대 환경대학원 석사 △컬럼비아대 건축대학원 석사 △고려대 대학원 건축공학 박사 △고려대 건축공학과 교수 △2006~2010년 서울시 마스터플래너 △2012~2015년 고려대 관리처장 △2013~2015년 서울시 도시계획위원 △2014~2015년 컬럼비아대 겸직교수 △2018년~ 제14대 서울주택도시공사 사장
정리=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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