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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들쭉날쭉 전기료, 산업계 옥죄는 '탈원전 청구서'


[fn사설] 들쭉날쭉 전기료, 산업계 옥죄는 '탈원전 청구서'
산업통상자원부는 17일 전기요금 체계 개편안을 확정했다. 사진은 충남 태안군 석탄가스화복합화력발전소 일대. /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이 꼬이면서 산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17일 연료비 연동제를 골자로 한 전기요금 개편안이 발표되면서다. 가뜩이나 최근 정부의 연이은 ‘2050 탄소중립’ 선언과 탈원전·탈석탄 기조의 전력수급계획 공개에 따른 전기료 현실화를 걱정하던 터에 경영 불확실성이 한층 커졌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확정한 전기료 개편안은 한계에 이른 한국전력의 경영 상황을 반영한 조치다. 한전은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유가 폭락으로 간신히 흑자 전환하긴 했다. 하지만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값비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을 확대하고 경제성이 낮은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의무 이행 비용 등을 감당하느라 속골병이 든 상태였다. 이번에 연료비 연동제에다 기후·환경 비용을 전기요금에 추가한 것은 모두 한전의 요구를 수용한 셈이다.

물론 내년부터 당장 전기료가 오르는 건 아니다. 내년에는 올해의 저유가 기조가 연료비 연동제에 반영돼 요금이 외려 내려갈 수도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가라앉으면서 세계 경제가 회복될 내후년 이후가 문제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최근 '2020 석유 콘퍼런스'에서 내년 국제유가가 올해보다 배럴당 6∼7달러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렇게 되면 세계 평균치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전기료의 혜택을 적잖이 받았던 철강, 반도체, 석유화학 등 국내 주력 업종의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와 한전 등 전력당국도 이를 의식해 국제유가가 바닥세인 시점에 발전 원가에 연동한 전기요금제를 도입했을 법하다. 하지만 그야말로 조삼모사식 눈가림이다. 지난 15일 공개한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보라. 석탄발전은 물론 원전도 2024년 26기에서 2034년 17기까지 줄이고 그 대신 LNG와 신재생에너지를 대폭 늘린다고 한다. 결국 업계의 전기료 부담으로 돌아오게 되는 구조다.

다음달부터 분리고지되는 기후·환경 비용도 기업 입장에선 복병이다.
값비싼 LNG와 신재생에너지 의존도가 커지는 만큼 전기료에 포함되는 기후·환경 요금도 오르게 될 게 뻔해서다. 이 경우 전기·수소차 등 미래차와 인공지능(AI), 그리고 수소 생산 등 풍부한 전력을 기반으로 하는 4차 산업혁명기의 신수종 산업들이 모두 차질을 빚게 된다. 이는 가장 가성비가 높은 원전을 포기한데 따른 이른바 ‘탈원전 청구서’를 국민과 산업계가 받게 되는 형국이다. 정부가 차세대 원전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에너지 전환 정책을 궤도 수정하지 않는 한 탄소중립도, 4차산업 육성을 위한 그린 뉴딜도 공염불에 그칠 공산이 크다는 현실을 인식할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