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銀 차입금 600억 해결후
마힌드라 지분 74.65% 줄이면
새로운 투자자와 매각협상 기대
상하이차처럼 차등감자 가능성
쌍용자동차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한 가운데 22일 경기 평택 쌍용차 평택출고사무소에 출고를 앞둔 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뉴스1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한 쌍용자동차가 회생을 위해 최대주주인 마힌드라의 감자 카드 필요성이 거론되고 있다. 감자를 단행할 경우 채권단이 원하는 대주주 고통분담과 함께 쌍용차 매각 가능성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22일 쌍용차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쌍용차가 법원으로부터 자율구조조정지원(ARS) 프로그램 승인을 받으며 3개월간의 시간을 벌게 됐다. 이 기간 쌍용차는 매각협상과 함께 외국계은행 차입금 문제를 풀어야 한다. 두 가지 사안 모두 대주주의 책임있는 노력을 요구하고 있어 최대주주인 마힌드라가 감자를 결정할지 여부가 관건이다.
쌍용차 관계자는 "ARS 기간 동안 외국계은행과 차입금 만기 연장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투자자와의 협의도 결론을 내야 한다"면서 "외국계은행과의 협상이 순조롭게 되면 산업은행 차입금 문제도 잘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쌍용차가 외국계은행 차입금 600억원 문제를 해결하고 대주주인 마힌드라가 책임있는 행동을 보여주면 만기를 연장해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지난 15일 마힌드라가 인도 현지에서 공시를 통해 외국계은행 차입금에 대해 책임지겠다고 밝혔고 현재 만기연장에 대한 협의가 진행 중이다. 남아 있는 부분은 '대주주로서의 책임'이다. 마힌드라가 이미 쌍용차에 대한 추가 투자는 없을 것이라고 못박은 만큼 현재로서는 감자 카드가 거론되고 있다. 감자를 통해 74.65%에 달하는 마힌드라의 지분이 줄어들게 되면 새로운 투자자의 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쌍용차의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미국의 자동차업체 HAAH 역시 마힌드라의 감자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차의 매각은 유상증자 방식으로 진행된다. 감자를 통해 부실과 덩치를 줄인 후 유상증자 방식으로 HAAH는 쌍용차 지분율을 높일 수 있게 된다.
과거 마힌드라가 쌍용차를 인수하는 과정에서도 감자를 통해 부실을 털어낸 후 유상증자 방식으로 인수합병(M&A)이 이뤄졌다. 지난 2009년과 2010년 쌍용차는 두 차례 감자를 통해 대주주인 상하이차 지분을 15대 1, 나머지 주주들은 9대 1로 줄였다. 이어 마힌드라가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4271억원(회사채 954억원 인수 별도)을 투자하며 지분 70%를 확보해 경영권을 쥐게 됐다. 과거 상하이차처럼 마힌드라도 감자를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다.
쌍용차 노조도 회사의 매각을 위해서 차등감자를 실시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자동차산업의 침체 속에 새로운 인수자를 찾으려면 덩치를 줄여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마힌드라도 감자 필요성은 인정하는 분위기다. 다만 인도 내부규정상 해외에서 25% 이상의 감자를 금지하고 있어 이 문제를 풀어야 HAAH와의 협상 진전이 가능하다.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이 이 부분에 대해 예외를 인정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직은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다.
cynical73@fnnews.com 김병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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