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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주거기본법 개정안은 공연한 평지풍파다

재산권 침해 우려 불러
정책 바로잡는 게 먼저

[fn사설] 주거기본법 개정안은 공연한 평지풍파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뉴시스
1세대 1주택 보유·거주 원칙을 법률로 정하는 게 옳은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의원 등 12명은 21일 주거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3조(주거정책의 기본원칙)에 1세대 1주택 보유·거주를 기본으로 한다, 주택이 자산증식이나 투기를 목적으로 시장을 교란하는 데 활용돼선 안 된다, 주택은 무주택자 또는 실거주자에게 우선 공급한다는 내용을 신설했다.

이는 즉각 사회주의 논란으로 번졌다. 김현아 국민의힘 비대위원은 22일 페이스북에서 "이젠 반시장주의도 아니고 대놓고 '사회주의로 가즈아'"라고 비판했다. 안혜진 대변인은 "부동산 실패를 덮기 위한 극악한 꼼수"라고 논평했다. 민주당 안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23일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최고위원회의에서) 의원들이 법안을 발의할 때 당과 상의를 강화하는 게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말했다. 진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에 당 지도부가 불만을 보인 셈이다.

사회주의 비판은 지나친 감이 있다. 개정안은 1세대 1주택 원칙을 천명할 뿐 위반 시 징벌조항은 따로 없다. 실제 이 원칙은 우리 사회에서 폭넓게 받아들여진다. 무주택자에게 집을 우선 공급하겠다는 걸 반대할 사람은 없다. 투기 목적으로 집을 여러 채 굴리는 사람은 눈총을 받는다. 진 의원은 23일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개정안은 선언적 법안이라며 "실제로 이미 그런 원칙(1세대 1주택)은 제도화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1가구 1주택을 기본으로 하자는 법이 다주택 보유를 금지하는 게 아니며, 1가구 1주택을 강제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진 의원의 선의를 믿고 싶다. 그럼에도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점만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부동산은 공장에서 TV를 찍어내듯 마음대로 생산량을 늘릴 수 없다. 그래서 어느 정도 국가의 간섭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다. 헌법은 모든 국민의 재산권을 보장한다(23조). 정당한 수단과 목적으로 취득한 주택이라면 다주택이라도 소유권을 인정하는 게 옳다. 요컨대 부동산이라는 꼬리가 시장경제라는 몸통을 흔들어선 안 된다.

주거기본법 개정안은 공연한 평지풍파다.
진 의원의 말마따나 이미 제도화한 원칙이라면 굳이 오해를 사면서까지 법제화를 서둘 이유가 없다. 그러잖아도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엔 반시장적이라는 딱지가 붙었다. 반발만 부르는 법률 개정보다는 그릇된 부동산정책부터 바로잡는 게 올바른 순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