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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규제 또 규제, 기업에 2020년은 악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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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 개정안 등 보완 필요
새해엔 기 펴는 정책 기대

[fn사설] 규제 또 규제, 기업에 2020년은 악몽
지난 9일 국회 본회의에서 상법 개정안이 찬성 154인 반대 86인 기권 35인으로 통과되고 있다. /뉴시스
2020년은 기업이 기억에서 지우고 싶은 한 해다. 두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전대미문의 코로나 사태다. 지구촌을 덮은 감염병 공포 속에 올해 세계 경제는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하다. 자연 기업들도 쪼그라들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는 급반전이 가능한 악재다. 이미 미국 등 주요국에서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고개를 들고 있다.

올해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기업을 더 괴롭힌 것은 규제다. 국회는 이달 초순 반기업 법안을 무더기 통과시켰다. 집권 더불어민주당이 앞장섰다.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복합기업집단감독법 제정안에 이어 노조관련법이 줄줄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머잖아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안도 처리가 예상된다. 코로나가 단기 충격이라면 규제법은 두고두고 파장을 끼칠 질긴 올가미다. 한마디로 기업인들에게 2020년은 악몽 그 자체다.

재계 원로들의 근심은 천근만근이다.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30일 공개한 신년사에서 "절박한 심정으로 산업구조를 혁신하지 않으면 우리는 잃어버린 10년, 20년을 맞이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에게 기회의 문이 언제까지 열려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고 덧붙였다. 앞서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기업들은 지척의 거리도 분간할 수 없는 깜깜한 긴 터널 같은 어려운 해를 지나고 있다"고 말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새해를 앞둔 기자간담회에서 규제법이 통과될 때마다 "무력감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기업인을 옥죄는 사법 리스크도 여전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30일 국정농단 관련 파기환송심에서 최후진술을 했다. 이 부회장은 4년째 특검과 재판정을 들락거리는 중이다. 이마저도 부족했는지 검찰은 지난 9월 이 부회장을 경영권 승계 의혹을 따로 걸어 불구속 기소했다. 국정농단 재판이 끝나면 경영권 승계 재판에 또 드나들어야 할 판이다. 좋든 싫든 이재용은 한국 간판기업을 이끄는 총수다. 당최 누구 좋으라고 이렇게 재판을 질질 끄는지 모를 일이다.

이러다 한국 기업이 집단 무기력증에 빠질까 걱정이다. 도무지 신명 나는 일이 없으니 하는 말이다. 이달 중순 경총 등 경제단체들은 막무가내 규제의 부작용을 줄일 보완입법을 요구했다.
대주주 의결권을 제한하는 상법 개정안의 경우 1년 시행유예를 제안했다. 해외 행동주의 사모펀드의 호전성을 고려하면 무리한 요구가 아니다. 규제·사법 양대 리스크만 줄여도 새해엔 우리 기업들이 기를 쭉 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