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부동산 강공 예고한 정부, 덜컥 겁부터 난다

뻔한 실패 반복하기보다
오류 바로잡는 게 급선무

정부가 새해부터 부동산시장 안정화에 정책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5일 정부세종청사 국무회의장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마친 뒤 회의장 밖으로 이동하고 있다./뉴스1

연초부터 정부가 부동산 시장 안정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5일 새해 첫 국무회의에서 "투기수요 차단과 주택공급 확대, 임차인 보호 강화라는 정부의 정책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부동산 정책의 골격과 기조를 그대로 이어가겠다는 뜻으로 들린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시무식에서 "연초부터 모든 정책역량을 투입해 확실하게 부동산 시장 안정화가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도 신년사에서 "집값 걱정과 전월세 문제 등으로 힘겨워하는 국민의 근심을 덜어드리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과 부동산정책을 관장하는 부총리·장관까지 한목소리로 부동산 정책에 비상한 각오로 임하겠다는 결기가 느껴진다.

여기에는 부동산 문제를 풀지 않고는 문재인정부 집권 마지막 해에 자칫 국정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한마디로 레임덕이 걱정된다는 얘기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부동산 정책에 대한 평가는 사실상 낙제점에 가깝다. 게다가 4월에는 대통령선거의 전초전 격인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까지 있다. 여권으로선 추락한 부동산 정책 신뢰도를 빨리 회복해야 하는 절박감이 있다.

하지만 벌써부터 또 무슨 대책을 내놓을까, 덜컥 겁부터 나는 이유는 뭘까. 정부는 이제껏 24번의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시장은 외려 거꾸로 움직였다. 집값은 다락같이 오르고 전월세 시장마저 흔들어 놓는 바람에 서민층 내집 마련은 갈수록 힘들어졌다. 지방에도 핀셋 규제를 남발하는 바람에 서울 집값이 다시 오르는 규제의 역설만 되풀이됐다. 작년 7월 말 이후 시행된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이 결정적 패착이다.

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집값은 5.36% 올라 9년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전셋값도 4.6% 뛰어 5년 만에 가장 많이 올랐다. 이제 국민들은 정부가 부동산 대책 얘기를 꺼낼 때마다 트라우마가 생길 지경이다. 인터넷에는 "제발 정부는 가만히 있어라" "부동산 문제는 시장원리에 맡기고, 세금이나 낮춰라"라는 댓글이 넘친다.

정부는 설 연휴(2월 12일) 이전까지 추가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24번의 대책이 실패한 것은 정부가 규제의 칼날을 앞세워 시장을 이기려 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시장의 신뢰를 잃은 정책에 더 이상 미련을 둬선 안 된다. 잘못된 정책은 바로잡고 시장에 충실한 정책을 펴는 게 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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