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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규제혁파는 립서비스, 중대재해법 밀어붙인 국회

[fn사설] 규제혁파는 립서비스, 중대재해법 밀어붙인 국회
뉴스1
[파이낸셜뉴스] 국회는 8일 본회의를 열어 중대재해기업 처벌법(중대재해법) 제정안을 재석 266명 중 찬성 187표, 반대 44표, 기권 58표로 의결했다. 중대재해법이 국회를 통과한 것은 지난달 11일 정의당이 단식농성에 돌입한 지 28일 만이다. 법안에 따르면 내년부터 노동자가 사망하는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안전조치를 소홀히 한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는 1년 이상 징역형이나 10억원 이하의 벌금형 처벌을 받게 된다. 여러 명이 크게 다친 산업재해의 경우 경영책임자는 7년 이하 징역형이나 1억원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

여야 합의과정에서 5인 미만 사업장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다. 또 학교시설과 시내버스, 마을버스 등도 빠졌다. 공무원 처벌 특례규정 등도 삭제했다. 결과적으로 노동계와 재계 양쪽 모두로부터 환영받지 못하는 누더기 반쪽법이 됐다. 중대재해법은 공포된 지 1년 뒤 시행된다. 다만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는 공포일로부터 3년 후부터 적용하는 등 시행을 유예했다.

중대재해법 제정 중단을 촉구하던 경제단체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지난 7일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의에서 열린 ‘경제계 신년인사회’에서 국회와 정부를 향해 “기업을 규제하는 법안 추진은 다시 생각해달라"고 마지막으로 읍소했다. 앞서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회관에서 열린 성명 발표에는 국내 10개 경제단체 회장단이 모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손경식 경총 회장은 “경영계가 그동안 뜻을 모아 중대재해법 제정 중단을 수차례 호소해 왔음에도 여야가 제정을 합의한 것에 대해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중대재해법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건 중소기업”이라며 “중대재해법 통과는 중소기업들에 문 닫으라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김상수 대한건설협회장은 “본사에 있는 최고경영자가 국내외 현장을 다 챙기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노동계도 불만스럽기는 매한가지다. 법이 애초 취지에서 크게 후퇴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전국 사업체 중 5인 미만이 79.8%, 50인 미만이 98.8%를 차지하는 현실에서 둘 다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유예됨에 따라 '알맹이 없는 중대재해법'이 됐다는 입장이다. 처벌 대상인 경영책임자에 대한 정의 역시 대표이사가 아닌 안전담당 이사 등 하급자 또는 하도급 관계자 등으로 책임을 돌릴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는 이번 중대재해법 제정이 압축성장 시대가 남긴 '산재 사망률 세계 1위'의 불명예를 씻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여야 합의의 형식을 취했지만, 제정시한을 정해놓고 졸속으로 진행됐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특히 기업죽이기 과잉입법이라는 비판의 소리를 새겨 들어야 한다.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새로운 출발로 삼되 앞으로 계속 보완·개선해야 할 숙제가 남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