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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광장] 디지털 경제와 일의 미래

[fn광장] 디지털 경제와 일의 미래
인류 역사를 보면 기술은 기득권의 저항과 일자리 감소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내고 진보했다. 러다이트 운동은 영국 수공업자들이 기계로 인해 일자리를 잃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한 가운데서 기술발전으로 경제는 지속 성장했고 일자리도 크게 증가했으나, 경제의 디지털화 진전으로 신기술에 의한 자동화가 일자리를 대체하고 직무수행 방식의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전망한 지도 수년이 지났다. 초기에는 디지털 변혁으로 일자리가 감소한다고 보았으나 요즘은 설이 갈린다.

우선, 디지털화의 심화가 노동력 구성을 변화시키고, 높은 기술과 생산성으로 무장한 선도적인 산업과 지체된 산업 종사자 간 소득 격차를 심화시킬 수 있다. 인공지능이나 로봇이 대체 가능한 일자리는 사라질 수 있지만 이를 이용하는 일자리는 오히려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즉 정형적·반복적 업무가 기계로 대체될 가능성은 높지만, 창의적이며 적응력이 높은 비즈니스가 새롭게 창출돼 일자리가 늘어날 가능성은 높다. 인공지능이 특정 업무에서 전문가 이상일 수 있으나 종합적 사고는 인간처럼 할 수 없다. 인류 역사는 특정 업무에 대한 기계의 전문성과 인간의 종합적 사고의 환상적인 조합으로 생산성을 증대해 왔다는 것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경제의 디지털화로 노동시장에서 대체되는 인력에는 실업수당 지급 확대, 교육훈련 등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을 실시해 노동시장에 재진입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양극화에 대해서는 사회안전망 강화로 포용적 성장정책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다음으로, 경제의 디지털화는 일하는 인프라와 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플랫폼 경제가 진전되면서 원격 업무처리와 비정형적 탄력적 고용확대가 증가하고 있다. 플랫폼 기업과 거래계약에 기반한 1인 자영업자는 노동시간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으나 회사가 제공하는 교육·사회보장, 노조의 임금협상과 같은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할 수 있다. 플랫폼 노동이 낮은 수준 서비스 제공에 집중되면서 사회안전망 없이 초단기 계약으로 성행해서는 안 된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특수고용직, 플랫폼 노동자 등 열악한 노동환경에 놓인 노동자들은 더욱 취약해졌다. 다행히 플랫폼 노동 대안 마련을 위한 사회적 대화 포럼은 상생협약을 발전시키기 위해 배달서비스 분야를 포럼 산하 배달서비스협의회로 재편한다고 1월 7일 밝혔다. 배달서비스협의회는 협약에 참여한 기업·노동조합·공익전문가 전원이 참여하며 협약사항 이행에 관한 상호확인, 기업·노조 간 분쟁조정, 배달료·배차기준 등 주요 의제에 대한 후속 논의를 수행한다.

기업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환경을 촉진하고, 취약계층에 대해서 생애에 걸친 역량개발을 지원해 그들이 노동시장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방지하고, 산업구조 변화로 일자리의 위험에 직면한 근로자에 대한 적극적 고용정책과 포용적 사회보장정책을 통해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
미래를 정확히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어떤 일자리가 생겨나고 사라질지, 일하는 방식과 일자리의 안정성은 어떻게 변화될지를 제대로 예측하고 인간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미래를 설계하는 것이다. 관련 제도와 관행을 경제의 디지털화에 맞게 개선해 어려움을 극복하고 미래에 능동적으로 대처해 나가야 한다.

조원경 울산시 경제부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