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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O, '정인이 사건' 여파에 이중고…"사기 진작책 마련"

[파이낸셜뉴스]
APO, '정인이 사건' 여파에 이중고…"사기 진작책 마련"
정인양을 입양한 후 수개월간 학대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는 양부모에 대한 첫 재판이 열린 지난 13일 서울 신월로 서울남부지방검찰청 앞에서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회원들과 시민들이 살인죄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김범석 기자

16개월 영아가 양부모에 의해 사망한 '정인이 사건' 이후 고충을 토로하는 일선 학대예방경찰관(APO)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과중한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와 함께, 대중의 비난으로 인한 '이중고'가 겹치고 있다는 것이다.

■APO 사기진작 위해 의견수렴
14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조직 내부에서 APO의 사기진작 방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도 "각 부서에 APO의 사기 진작 방안 의견을 받고 있다"고 했다.

경찰 고위 관계자는 "특진을 포함해 파격적인 인센티브 제도를 강구하고 있다"며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이해력과 성 인지력을 갖춘 직원, 아동·청소년 관련 학위나 자격증을 갖춘 직원을 APO로 뽑으려고 한다"고 전했다.

이처럼 경찰 내부에서 이같은 대안 마련에 나선 것은 '정인이 사건'후 APO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급격히 나빠졌기 때문이다. 당시 서울 양천경찰서 소속 APO 2명은 정인이에 대한 학대 의심 신고가 이미 두 번이나 있었던 것을 알고도 세 번째 신고에 부실 대응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인이가 사망에 이르게 된 데 경찰의 책임론이 떠오르면서, 학대 여부 확인 책임이 있는 APO가 일차적인 비난의 대상이 됐다. 일선 APO들은 그간 모호한 규정으로 인해 업무상 고충을 겪어 왔다고 토로하고 있다.

한 일선 경찰관은 "경찰은 현장 상황만 놓고 판단해야 하는데, 부모가 고소한 뒤 재판에서는 (법원이) 전후 판단을 통해 '조치가 미흡했다'고 지적한다"며 "소극행정으로 갈 수 밖에 없는 악순환 구조"라고 지적했다.

■경찰, 올해 669명 증원키로
여기에 '정인이 사건'을 계기로 APO들이 극심한 여론의 비판을 겪고 있어 '이중고'를 겪는다는 것이다. 한 일선 경찰관은 "'국민 욕받이가 됐다'고 자조하고 있다"면서 "인사이동 신청을 고려하고 있다"고 동료 APO의 소식을 전했다.

이에 경찰 조직 내에서도 일선 APO 직원들에게 '사기 진작 방안을 검토 중이니, 힘을 내서 일해 달라'는 요지의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APO가 부담감이 큰 업무인데, 사회적 비난도 수반되고 있다"며 "APO는 다양한 규정으로 인해 연속성과 전문성이 핵심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강조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APO를 올해 669명 증원한다는 계획이다. 현원 628명(지난해 10월 기준)에서 두 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경찰 고위 관계자는 "여성·청소년 수사계(여청계) 조직 확대를 통해 아동학대전담팀을 만들어 13세 미만에 대해 접수된 아동학대전담팀을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bhoon@fnnews.com 이병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