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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광장] 차라리 극장 셧다운을 바라는 뮤지컬 업계

[fn광장] 차라리 극장 셧다운을 바라는 뮤지컬 업계
지난 11일, 서울 블루스퀘어 극장에서는 한 해 동안 국내에서 공연된 뮤지컬을 대상으로 시상하는 '한국뮤지컬어워즈'가 열렸다. 공연업계의 연례 축제 행사이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사뭇 다를 수밖에 없었다. 행사장에 일반 관객은 입장하지 못했고, 객석에는 각 분야 후보자들과 극소수 스태프만이 두자리 띄어앉기로 자리를 지켰다. 수상 소감에서도 마스크를 벗지 못했다. 이제 만 1년이 된 코로나19 시대가 낳은 익숙하지만 스산한 풍경이다.

지난해 뮤지컬 매출은 전년 대비 최소 7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11월 중순 이후 거리두기 지침 2.5단계로 인해 모든 좌석이 두자리 띄어앉기로 바뀌면서 제작사들은 가용 티켓이 30%에 불과하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공연을 중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렸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에 따르면 가장 성수기라고 할 수 있는 지난 연말(11~12월) 성적은 90% 이상 쪼그라들었다. 2021년 1월 현재 수도권 전체에서 대극장 뮤지컬이 단 한편도 공연되지 못하고 있다.

뮤지컬 시장의 종주국인 미국이나 영국의 극장가는 일괄적 셧다운 상태로 해를 넘겼다. 경제대공황, 세계대전, 각종 테러에도 살아남았던 그곳의 극장가는 현재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멈춰 있고, 수많은 종사자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셧다운이란 고육지책은 그 나라들의 감염자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방역을 위해 불가피한 면이 있다. 다만 이런 불가항력적 상황에 대비해 뉴욕의 경우 배우, 스태프, 오케스트라 등 각 직능 노조들이 축적해 놓은 재원으로 일정 기간 회원들에게 최저임금을 지급하고 있다. 공연은 멈췄지만 고용보험과 의료보험 혜택도 동일하게 유지시켰다. 물론 셧다운이 길어지며 재원이 급속하게 고갈되고 있어서 자구책으로 기부를 유도하는 온라인 특별공연 같은 기획 등으로 끊임없이 존재감을 알리고 있다.

우리나라의 상황은 그에 비하면 암담하다. 프리랜서가 대부분인 배우와 스태프들에게는 평소 그들을 대변해주는 제대로 된 직능단체가 없다. 아무도 돈을 벌 수 없는데 대관료와 기타 비용들이 계속 지출되고 있으니 차라리 정부가 3단계 셧다운을 실시해서 제작비 보전을 해주기를 기대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번 주부터 제한적이나마 카페는 홀영업이 허가됐고, 헬스장도 영업을 재개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이를 '민생의 절박함 때문에 조정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뮤지컬 공연은 민생의 절박함에서 벗어난 경제활동일까? 뮤지컬 역시 수많은 예술 프리랜서 노동자들의 일자리로 이뤄져 있다. 또한 지난 1년간 극장 내 감염전파 사례가 단 한건도 없다.
업계 종사자들은 1.5단계 이하 수준으로 극장에서 지금처럼 철저한 방역과 함께 '동반자 외 한자리씩 거리두기'만 지켜져도 공연은 재개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런 최소한의 생계기준에도 충족할 수 없다면 차라리 극장을 폐쇄해달라는 절박한 목소리가 오히려 설득력이 있게 들린다. 민생과 건강 모두를 지켜온 K방역의 진정한 성공을 위해서라도 소외돼 있는 현장의 목소리에 좀 더 귀 기울여주기를 바라고 있다.

조용신 연극 뮤지컬 작가·연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