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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취임사에서 "통합"과 "민주주의"에 집중

바이든, 취임사에서 "통합"과 "민주주의"에 집중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의회에서 대통령 취임 연설을 하고 있다.로이터뉴스1


[파이낸셜뉴스] 극심한 분열과 바이러스 사태 가운데 임기를 시작한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사를 통해 통합과 민주주의를 강조했다. 그는 국민들에게 일단 갈등을 접어두고 힘을 합쳐 위기를 극복하자고 촉구했다.

바이든은 20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의회에서 취임 선서를 마치고 취임 연설에 나섰다. 그는 “오늘은 미국의 날이자 민주주의의 날이다”고 운을 뗐다. 바이든은 이달 의회 난입사태를 언급하고 “우리는 며칠 전 의회의 기초를 뒤흔들었던 폭력 사태를 극복하고 2세기 전부터 그랬던 것처럼 하나의 국가로 뭉쳐 평화로운 정권 이양을 해 냈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바이러스로 인해 세계 2차 대전 전체 사망자에 달하는 인명을 1년 만에 잃었다”며 “정치적 극단주의, 백인 우월주의, 국내 테러리즘이 부상하고 있고 이를 물리쳐야 한다”고 말했다.

바이든은 위기를 극복하는 열쇠가 “통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나는 오늘 내 모든 영혼을 다해 모든 국민과 미국을 통합하려 한다”며 “국민들에게 나와 함께할 것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그는 "통합이야 말로 전진을 위한 길"이라며 "미국은 인종차별과 토착주의 같은 끝없는 갈등을 겪었지만 역사적으로 결국 통합을 통해 어려움을 극복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바이든은 통합과 함께 민주주의를 강조했다. 사실 그는 취임사를 통틀어 11차례나 민주주의를 언급해 가장 많이 반복했다. 미 경제 매체 CNBC는 바이든이 역대 대통령 가운데 취임사에서 민주주의를 가장 많이 언급한 대통령이라고 분석했다.

바이든은 이번 취임식이 "특정 후보가 아니라 민주주의라는 대의를 축하하기 위한 자리" 라며 "앞으로 항상 국민들에게 솔직하고 헌법을 수호하며 민주주의를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만약 누군가 여전히 내 입장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괜찮다. 그것이 민주주의이며 미국이다. 평화롭게 반대할 권리가 있다"고 밝혔다. 의회 난입 사태를 재차 언급한 바이든은 "그러나 의견 충돌이 통합을 방해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약속하건데 나는 모든 미국인의 대통령이 될 것이며 나를 지지하지 않은 국민을 위해서도 날 지지한 국민들을 위해 나서는 것처럼 발 벗고 싸우겠다"고 주장했다.

바이든은 이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름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그는 "양당의 전임자들에게 모두 감사하다"고 말했다. 바이든은 다만 최근 나라에 거짓이 널리 퍼졌다며 "헌법과 국가를 수호하기로 맹세한 지도자들은 특히나 진실을 지키고 거짓말을 배척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 각층의 불신을 지적하고 "우리는 공화와 민주, 도시와 교외, 좌우의 야만적인 전쟁을 끝내야 한다"며 "우리는 관용과 인간애를 발휘해 타인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 싱크탱크 밀러센터의 빌 앤톨리스 소장은 "흥미로운 점은 취임사의 시작도 민주주의, 끝도 민주주의였다는 것"이라고 평했다. 그는 만약 트럼프가 다시 취임사를 읽었을 경우 바이든과 많이 달랐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트럼프는 지난 2017년 취임사에서 미국의 상황이 '대학살(Carnage)'과 같다고 말했다. 캐슬린 켄달 미 메릴랜드대 교수는 바이든이 이번 연설에서 주로 사용한 '미국', '민주주의', '통합'과 같은 단어가 미국인 대부분이 우호적으로 생각하고 반응하는 단어들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바이든은 취임사에서 미국 내정에 집중했으며 국제 질서에 대한 언급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그는 "국경 너머의 사람에게 전한다. 미국은 시험을 통과했고 더욱 강해졌다"고 말했다.
바이든은 "우리는 우리의 동맹을 수리할 것이며 다시 한 번 세계와 함께 하겠다. 어제가 아닌 오늘과 미래의 도전 과제에 맞서겠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의 국력을 바탕으로 국제 사회를 이끄는 것이 아니라 모범을 보여 이끌겠다"고 덧붙였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